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 델핀 미누이 지음·임영신 옮김 / 244쪽·1만4000원·더숲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하루하루를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갔지만 시리아 다라야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만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삶의 희망을 이어갔다. 사진은 2013~2016년 운영된 다라야 지하 비밀도서관에서 주민들이 책 읽는 모습. 더숲 제공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7㎞가량 떨어진 다라야 지역은 내전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시리아 정부로부터 폭력적인 진압과 무차별적인 학살에 시달렸다. 정부의 도시 봉쇄로 식량과 의약품이 끊기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가 돼버렸다. 이전까지 25만 명이 넘던 주민은 병사 2000명을 포함해도 약 1만2000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들에게 책이 준 가장 강력한 힘은 ‘치유’였다. 스물넷 젊은 나이에 총 한 번 들어본 적 없지만 내전에 참전하게 된 대학생 오마르 씨. 한 손에는 자동소총을 들고, 다른 손에는 책을 펼쳤다. 엔지니어가 되려는 자신의 꿈 대신 역사서를 탐독하며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고,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시리아를 꿈꿨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정부의 폭탄 공격으로 2016년 7월 숨을 거뒀다.
생화학 무기 등 반인륜적인 공격을 퍼부은 시리아 정부의 만행으로 2016년 8월 결국 다라야 주민들은 모두 도시를 떠났다. 도서관 역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책을 통해 단단해진 이들은 시리아 곳곳으로 퍼져나가 조국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묵직하다 못해 처연한 역사의 현장. 책은 당장 무언가를 바꿔주진 않는다. 하지만 독서는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준다. 이 책은 이를 차고 넘치게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