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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들 “수돗물 불안”… 환경부 “발암물질 아니다”

입력 | 2018-06-23 03:00:00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 아니지만 문제물질 배출업체 찾아내 차단”
27년전 페놀사태 겪은 주민들… “찜찜해서 당분간 생수 사먹을것”




22일 대구지역 대형 마트 생수 매출이 급증했다. 이날 이마트에 따르면 대구 시내 6개 매장에서 생수는 평소보다 5배 이상 팔렸다. 카트에 생수 6병들이를 네댓 개씩 담아 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전부터 판매가 급증해 생수 코너 전담 직원을 늘리고 생수를 시간마다 빈 판매대에 채워야 했다”고 말했다.

전날 대구지역 방송이 대구 수돗물에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이 다량 검출됐다고 보도한 뒤 벌어진 현상이다. 대구 시민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로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등 식수 대란의 기억이 있다.

주부 김모 씨(42·달서구)는 “수돗물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다. 정수기도 찜찜해서 당분간 생수를 사서 마시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 환경부는 상수원인 낙동강 수계에서 문제의 물질을 배출한 구미 하수처리구역의 사업장을 찾아내 12일부터 배출을 차단했다고 이날 밝혔다.

차단 조치로 과불화헥산술폰산 농도는 지난달 L당 5.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이달 20일 0.092μg으로 떨어졌다. 낙동강 수계 정수장에서 과불화헥산술폰산 최고 농도는 2016년까지만 해도 L당 0.006μg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부터 농도가 높아졌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조석훈 환경부 수질관리과장은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발암물질이 아니어서 아직 먹는 물 수질 기준 농도를 설정한 국가는 없다”며 “현재 검출 수준은 외국 권고 기준과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때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저감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이날 대구 수돗물 관련 청원이 약 40건 올라왔다. 3만 명 넘게 서명한 청원을 올린 사람은 ‘정수도 안 되고 끓여도 안 되니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제까지 제 아기에게 발암물질로 분유 먹이고 밥 지어 먹이고, 씻기고 옷을 빨아 입히다니… 생각만 해도 화가 치솟는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낙동강 수질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구지방환경청에 유해물질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요청하고 정수 처리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