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베스트닥터 <8> 방광암
정병창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오른쪽)가 방광암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하고 있다. 특히 방광을 적출하는 수술은 난도가 높아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까지 소요된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방광암의 5년 생존율은 암이 방광에 국한됐을 경우 87.1%다. 하지만 원격 장기에까지 전이가 되면 13.9%까지 떨어진다.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데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면 일단 방광암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혈뇨가 없더라도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려운 상황이 최근 반복적으로 나타났거나 △금세 소변이 마려워지거나 △소변 볼 때 통증이 심해졌다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암이 의심되면 우선 소변 세포 검사를 시행한다. 소변에 포함된 세포를 검사함으로써 방광암을 찾는 방법이다. 소변 세포 검사와 방광경 검사를 통해 방광암을 확진한다.
베스트닥터들은 모두 금연을 강조한다. 흡연은 특히 방광암의 결정적인 원인이다. 담배에 들어 있는 발암물질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기 전 방광에 머물면서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화학약품을 다루는 업종 종사자에게서 방광암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암이 방광 근육까지 침투했다면 수술은 복잡해진다. 이런 암을 근육침윤성 방광암이라고 한다. 이 경우 방광을 통째로 들어내야 한다. 요도는 물론이고 남자는 전립샘과 정낭, 여자는 자궁, 난소, 난관까지 모두 잘라낸다. 그 다음에 인공 방광을 따로 만든다. 이런 절차 때문에 모든 비뇨기계 암 수술 중에서 가장 난도가 높다.
원격 장기로 전이된 방광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항암 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를 투입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 로봇 수술 사망률 1% 미만으로 낮춰
정 교수는 수술의 25% 정도를 로봇으로 하는데, 수술 후 사망률이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대체로 방광 적출 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많게는 10%인 점을 감안하면 놀랍도록 높은 성공률인 셈이다. 정 교수는 방광을 적출해야 할 환자도 방광을 떼어내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방광보존치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 개인 로봇 수술 최다 기록 보유
강 교수는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봇을 이용해 방광을 적출했다. 2016년에는 누적 건수로 100건을 돌파했다. 팀 혹은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서 로봇 수술 100건을 돌파한 의사는 강 교수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강 교수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여러 학회에서 로봇 수술을 시연한다. 강 교수 또한 국제 비뇨기계 학회에서 ‘최고의 의사’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 아시아 최초 국제 의학교과서 편집
BCG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에 대해서도 최대한 방광을 보존하는 치료를 모색한다. 구 교수는 국내에서 방광 보존 치료를 가장 많이 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또한 강석호 교수와 마찬가지로 방광 적출 후 인공 방광을 몸 안에서 만드는 고난도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이성 방광암에 대해 함암 치료와 면역 치료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약재의 글로벌 임상시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구 교수는 지금까지 최고 등급의 저널에 250편 이상 논문을 발표했다. 방광암과 관련한 국제 의학교과서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편집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 국립암센터 방광암 연구 총괄
방광 점막에만 암이 국한된 경우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 센터장은 수술 후 다양한 약물을 주입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이 경우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 BCG를 투입하는 치료법이 일반적이지만 국내 기술이 없어 외국 제약사의 공급에 의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서 센터장은 방광암에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자체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한국인 방광암의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근육침윤성 방광암이 근육성 방광암으로 진행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 4050 젊은 의사들 모여 방광암 공동연구 ▼
방광암 베스트닥터들 모두 ‘UCAR’ 핵심 멤버
암 베스트닥터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50대 중후반에서 60대 초반이 가장 많다. 오랜 수술 경험이 베스트닥터가 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방광암 분야는 이와 달리 베스트닥터들이 훨씬 젊다. 비(非)수도권 베스트닥터로 선정된 권태균 칠곡경북대병원 교수가 54세로 최고령이다. 나머지는 40대 중반이거나 후반, 많아야 50대 초반이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국내 비뇨기계 암 중에서 방광암이 최근에 부각됐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비뇨기계 암은 전립샘암이었다. 50대 중반 이후의 베스트닥터들은 그 전립샘암 치료에 치중했다. 이런 이유로 후배들은 자연스럽게 방광암 분야로 몰렸다.
둘째, 방광암은 수술이 어려울 뿐 아니라 수술 시간도 상당히 길다. 체력적으로도 젊은 의사가 유리하다. 생존율을 높이겠다는 젊은 의사들의 도전 정신도 방광암 베스트닥터의 평균 연령을 낮춘 원인이다.
방광암 베스트닥터들은 모두 ‘방광암최고급연구팀(UCAR)’이란 모임의 핵심 멤버다. 베스트닥터들은 이 모임을 통해 수년 전부터 공동으로 방광암을 연구해 왔다. 이 모임이 방광암 최고의 연구모임이라는 것이 관련 학계의 평가다. 최근에는 40대 중반이 되지 않은 의사들도 속속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 소변 주머니 대신 몸속에 인공 방광 설치 ▼
非수도권 권태균 칠곡경북대병원 교수
방광암 수술과 관련해 권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 때문에 방광 절제 후 인공 방광을 만들 때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 소변 주머니, 즉 인공 방광이 몸 밖에 나와 있으면 환자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없애기 위해 권 교수는 소장을 이용해 인공 방광을 만든 뒤 남아 있는 요도와 연결하는 수술을 주로 한다. 이렇게 하면 인공 방광을 몸 안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소변 주머니를 차지 않아도 된다. 로봇 수술을 포함해 권 교수는 매년 300여 건의 비뇨기계 암 수술을 한다. 현재까지 암 수술 건수는 6000건을 넘었다. 이 또한 영남권에서는 최다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다. 권 교수는 동물 대상 연구로 줄기세포를 활용해 요실금을 치료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