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치열한 생존경쟁 예고
연 매출이 9000억 원에 달하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 구역을 신세계면세점이 차지하면서 면세점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롯데와 신라로 양분돼 있던 국내 면세점 시장이 ‘빅3’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24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22일 관세청 최종 심사에서 인천공항 T1 면세점 DF1구역(동편·탑승동)과 DF5구역(중앙) 사업권을 모두 따낸 신세계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6%포인트 올라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 후보로 선정됐던 신라면세점(점유율 약 30%)은 사업권을 따내는 데 실패하면서 업계 3위인 신세계가 업계 2위 신라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두 면세점의 승부를 가른 것은 임대료였다. 신세계는 DF1의 연간 임대료로 2762억 원, DF5의 임대료로 608억 원을 써 냈다. 신라는 각각 2202억 원, 496억 원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관세청이 신라보다 20% 이상 높은 임대료를 써 낸 신세계에 주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운영자 경영능력’ 항목(500점 만점)에서 신세계는 DF1에서 473.55점, DF5에서 433.82점을 받았다. 신라는 각각 397.10점, 373.13점에 그쳤다. 운영자 경영능력에서 입찰가격 비중은 80%(400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입찰을 진행한 신세계면세점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세계면세점은 다음 달부터 1년 동안 두 구역에서 총 3370억 원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이는 예상 매출의 40%에 가깝다. 게다가 1차 연도 이후에는 여객 증감률 50%를 반영해 임대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불어나는 임대료 때문에 올해 2월 사업권을 중도 반납했던 롯데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2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며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매출이 분산된 상황이어서 T1 면세점에서 흑자를 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입찰가는 과거 롯데 임대료의 절반 수준이고, 한중 관계 회복에 따라 한한령(限韓令)이 점차 해소되고 있어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뷰티 브랜드를 다수 입점시키고, 비교적 유동인구가 적은 탑승동에는 ‘스타필드’ 같은 체험형 매장을 들여 차별화한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