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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골’ 손흥민의 폭풍 눈물

입력 | 2018-06-25 03:00:00

[2018 RUSSIA 월드컵]외신 “아름답고 막을수 없는 일격”
“선수들 최선 다한 것 알아줬으면”… 라커룸서 참았던 눈물 쏟아내
임종석, 전술 언급한 페북 글 논란




아쉬워하는 ‘손’ 한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이 24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말 아름답고, 막을 수 없는 골이었다.”

달라진 손흥민(26)이었다. 앞선 경기에서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으나 두 번째 경기에서는 대표팀 슈팅의 절반 이상을 날리며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번째 골을 뽑아냈다.

24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한국-멕시코 경기.

후반 48분(추가시간 3분). 멕시코 진영 오른쪽을 드리블로 파고들던 그는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렸다. 대각선으로 약 22m를 날아간 대포알 같은 슛은 멕시코 골대 왼쪽 상단에 꽂히며 그물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거미 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멕시코의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가 몸을 날렸지만 워낙 빠르게 구석으로 날아간 공을 막지는 못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 골을 ‘선더볼트’(벼락)라고 표현했다.

‘손흥민 존’으로 불리는 구역에서 터진 환상적인 골이었다. 손흥민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페널티박스 좌우측 45도 부근에서 하루에 각각 200번이 넘는 슈팅 훈련을 반복하면서 감각을 키웠다. 국제축구연맹(FIFA) TV 해설자는 “아름답고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날 한국 최다인 9개의 슈팅(대표팀 전체 17개)을 시도했다. 공이 전달되지 않을 때는 하프라인까지 내려가 공수의 연결고리가 됐다. 영국의 BBC는 “한국 팀에서는 오로지 손흥민만 빛났다”고 했다. BBC는 “이 골이 손흥민의 빛나는 재능을 다시 상기시켰다”고 평했다. 그러나 “한국이 스웨덴전 때와는 무척 달라졌지만 조직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손흥민에게 너무 의존했다”고 평했다.

손흥민 김신욱 황희찬이 나섰던 스웨덴과의 1차전 4-3-3 ‘스리톱’ 전형에서는 세 선수 간의 패스가 총 3차례에 불과했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투톱으로 나선 4-4-2 포메이션의 멕시코전에서는 손흥민과 이재성이 주고받은 패스가 15회로 크게 늘며 전방 공격이 활기를 띠었다.

골을 넣었지만 손흥민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며 눈이 부어오르도록 울었다. “선수들은 정말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너무나도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흥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라커룸을 방문했을 때도 말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굵은 눈물을 흘려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나보다 어린 선수들도 있어서 울지 않으려고 했다. 이제는 내가 위로를 해줘야 하는 위치니까…”라던 그는 “정말 잘 준비해도 부족한 것이 월드컵이다. 아직도 (월드컵 무대가) 겁이 난다.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전문가의 기대’란 제목으로 “남은 독일전에서는 우리 선수들에게 근성과 투지의 축구를 강요하지 말자”라며 “그냥 맘껏 즐기라고 해주자”고 적었다. 그러면서 “체력이 좋은 전반에 수비가 좀 허술해지더라도 과감하게 포백 라인을 끌어올리며, 중원에서 경쟁하고, 손흥민이 더 많은 슛을 날리는 경기를 보고 싶다”며 구체적인 전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제 독일전(27일)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손흥민은 16세였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지원으로 독일로 가 함부르크(2010∼2013년)와 레버쿠젠(2013∼2015년·이상 1군 기준)에서 뛰었다. 손흥민은 “끝까지 해봐야 한다”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다른 말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정말 죽기 살기로 해야죠.”

로스토프나도누=정윤철 trigger@donga.com /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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