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보름이 지났지만 비핵화 실행조치는 첫발도 못 뗀 채 ‘완전한 비핵화’의 의지가 흔들리는 듯한 조짐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5일 “(북한 비핵화에) 시간표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북한 비핵화를 완료하겠다던 기존 발언에서 물러선 것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빠른 시일 내’ 후속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은 미국의 회담 개최 요구에 답을 주지 않은 채 미군 유해송환 조치 등 화해 제스처만 보이고 있다. 북한은 매년 6·25전쟁 발발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일(6월 25일∼7월 27일)까지 대규모 반미(反美) 행사를 벌여왔으나 올해는 반미 군중집회도, 반미우표도 사라졌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반미 간판을 내리고 있다”며 반색했다.
북한이 비핵화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입맛에 맞는 이벤트성 조치들을 통해 제재 완화와 북-미 관계 진전이라는 사탕만 챙기려 들 것이라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해 왔던 바다. 중국이 그런 북한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폼페이오 장관이 2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을 주시하겠다”고 한 것도 북한의 미온적인 태도가 중국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미 행정부와 의회에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트럼프 대통령 마음대로 한미연합 방위체계를 뒤흔들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상 핵보유국 간의 핵군축 협상으로 비핵화를 변질시키려는 북한의 전술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도 높은 상태여서 북한이 낡은 수법으로 회귀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평화와 화해의 싹은 계속 키워나가되, 모든 과정이 비핵화와 발맞춰 갈 수 있도록 북한을 견인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비핵화는 팽개친 채 달콤한 화해에만 몰두하면 결국 국제사회가 묵인하는 핵보유국 북한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