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1인가구 반찬배달’ 큰 호응 혼자 사는 노인들 끼니 거르기 일쑤… 영양 상태 악화로 고독사 위험 봉사자 15명 月3회 반찬 만들어, 60가구에 배달… 외로움도 살펴
고독사 위험이 높은 홀몸노인을 위해 반찬 봉사를 하는 서울 성동구 용답동 주민들이 25일 오전 동네 교회 주방에서 직접 빚은 만두를 반찬통에 담아 들어 보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동행한 박해성 용답동 주민센터 주무관은 “가족도, 찾아올 손님도 없는 홀몸노인, 특히 남성들은 대부분 음식 해먹을 의지가 없다. 끼니를 거르거나 물에 밥을 말아 대충 때운다. 부실한 식사 탓에 영양실조를 앓거나 우울증이 악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노인은 찐만두와 시금치무침을 비롯해 2주간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받았다.
홀몸노인 돌봄과 고독사 문제를 고민하던 구는 노인들의 집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텅 빈 냉장고, 곰팡이 낀 채 방치된 음식, 녹슨 조리대 등이다. 혼자 살다보니 음식을 해먹는 일에 점점 소홀해져갔다. 상당수가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지병이 있어 부실한 식단, 잘못된 식이요법은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들이 꾸준히 끼니를 잇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구는 판단했다.
올 3월 구는 1인 가구 급식 도우미 모집에 나섰다. 40∼60대 주민 15명이 자원했다. 이 중 10명이 1인 가구 남성이다. 같은 처지의 이웃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남성 봉사자는 주로 찬거리 원재료를 다듬고 여성 봉사자는 까다로운 양념장 등을 만든다.
이들은 한 달에 세 번 동네 교회에 모여 반찬을 만든다.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등 특별히 데우거나 따로 조리하지 않고도 오래 먹을 수 있는 마른 찬 위주다. 한 번 만들 때 드는 음식재료비 약 15만 원은 구에서 지원한다. 우울증과 지병이 있거나 생계가 곤란해 고독사 위험이 높은 60명이 반찬을 제공받는다.
서울시가 같은 달 내놓은 ‘고독사 종합대책’에 따르면 통반장이나 주민자치위원 같은 이웃이 고독사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 1인 가구의 ‘이웃 살피미’가 된다. 주기적으로 찾아 건강이나 집 안 위생상태 등을 살핀다. 그러나 외부인 방문을 꺼리는 1인 가구 특성상 고독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