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사망 미스터리
강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 강진군에서 실종됐던 여고생 A 양(16)의 시신이 발견됐고, 살해 용의자는 ‘아빠 친구’ 김모 씨(51·사망)이다. 하지만 A 양의 사인과 살해 경위 등 사건의 실체는 미궁에 빠졌다. A 양 죽음의 4가지 미스터리를 정리했다.
① 왜 낫에서 A 양 유전자 검출됐나?
경찰의 방범용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결과 A 양이 실종된 16일 김 씨는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강진군 군동면 집에 도착했다. A 양 시신을 강진군 도암면 매봉산에 유기한 뒤 귀가한 것이다. 당시 그는 차를 세우자마자 승용차 트렁크에서 낫과 배낭을 꺼냈다. 낫을 창고 앞 농기구 걸이에 걸어둔 뒤 배낭을 멘 채 창고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창고 밖으로 나온 그는 8분 동안 옷으로 보이는 천을 태웠다. 그리고 14분간 승용차를 세차했다. 이후 1시간 동안 목욕을 하고 자신의 검은색 긴팔 점퍼와 바지를 빨았다.
하지만 왜 낫에서 A 양의 유전자가 검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김 씨가 A 양에게 아르바이트라며 매봉산의 풀과 나뭇가지를 낫으로 베도록 시켰다는 추정이 나온다. 매봉산 자락엔 김 씨 부모의 묘소 터가 있다. 또 A 양이 김 씨의 지시로 약초를 벤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② 가파른 산 정상 너머까지 간 이유는?
A 양의 시신은 높이 250m의 매봉산 정상 아래 50m 지점에서 발견됐다. 김 씨의 고향 마을이 있는 곳에서 출발해 산 정상을 넘어가야 하는 곳이다. 김 씨가 당시 2시간 반 동안 승용차를 주차했던 고향마을 농로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1km가 넘는다. 완만한 코스로 걸어서 약 4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이 코스도 정상 부근은 매우 가파르다. 경사도가 50∼60도인 고개 세 개를 넘어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김 씨는 키 172cm, 몸무게 68kg이었고 A 양은 김 씨보다 키는 작지만 몸무게는 더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 씨가 A 양을 살해한 뒤 시신을 업고 산 정상을 넘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만약 김 씨가 공범과 함께 A 양의 시신을 옮겼더라도 산 정상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따라서 경찰은 김 씨가 A 양을 정상까지 데려간 뒤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김 씨가 산에서 탕 재료나 약초 등을 캐는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A 양을 속여 산 정상까지 유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증거는 없다.
A 양은 실종 직전 단발머리였다. 시신의 머리카락은 짧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A 양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머리카락을 자른 도구를 찾고 있다. A 양의 유전자가 발견된 김 씨의 낫이 그 도구일 가능성이 있다. 경찰 내부에선 김 씨가 A 양의 시신이 발견될 경우를 대비해 남녀 성별 구분이 어렵도록 머리카락을 자른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시신이 완전히 부패하더라도 골격 분석으로 남녀 구분이 가능하다. 김 씨가 알몸 상태 시신의 머리카락을 깎는 범죄 습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④ 살해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결과 A 양 사인은 ‘판단 불가’였다. 경찰은 김 씨가 A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으로 보고 직접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시신에서도,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도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갈퀴와 금속 탐지기를 동원해 산 정상 주변에서 살해 도구를 찾고 있다.
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