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중 친척 한 명 안 사는데 응원하게 되는 나라가 있다.
아이슬란드다. 환상적인 풍광뿐 아니라 시규어 로스(Sigur R´os·시귀르 로스), 뷔욕(Bj¨ork·비외르크) 등 신비로운 음색과 공간감을 자랑하는 음악가를 여럿 보유한 국가다. 인구 약 33만 명 중 절반이 음악가라고 할 정도로 규모 대비 음악 인프라가 뛰어난 곳이다.
한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해 넓은 섬의 다채로움을 충족시키기에는 인구가 너무 적다고 생각해서일까. 공연기획자 S는 아이슬란드에서의 경험을 이렇게 전한다. “레이캬비크 친구들에게 직업이 뭔지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더라고. ‘낮에는 바리스타이고 저녁엔 디제잉을 해’ ‘나는 의사이고 축구선수야’ ‘나는 셰프고 농구선수야’….” 직업과 취미를 함께 소개하는 게 현지 문화인가 싶어 S도 이렇게 소개했다고. “나는 공연기획자이고 댄서야.”
아이슬란드 근방에 비슷한 나라가 있다. 21개의 화산섬으로 이뤄진 페로 제도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떠 있는 이 섬나라는 덴마크 자치령이지만 아이슬란드처럼 독자적인 언어도 갖고 있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연간 일조 시간이 840시간에 불과하다. 인구는 약 5만 명이다.
그가 2012년 낸 책 ‘페로 제도 탈출하기’는 자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학이나 취업을 위해 해외로 떠난 페로 제도의 젊은이들이 귀국하지 않아 생기는 인구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가 2013년 발표한 앨범 ‘´Aðrenn vit hvørva’는 신비로운 음색과 좋은 선율을 결합한 매력적인 수작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