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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자 소득 줄여 고금리 부당 부과… 경남은행만 1만건

입력 | 2018-06-27 03:00:00

하나-씨티 포함 3곳 27억 더 챙겨
환급과 별도로 임직원 제재 검토… 일부 소비자단체 집단소송 추진




BNK경남은행이 최근 5년간 1만2000건에 이르는 가계대출의 금리를 잘못 매겨 최대 25억 원의 이자를 더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직원의 실수라고 보기엔 적발 규모가 커 고의로 금리를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 산정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진 가운데 일부 소비자단체는 집단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과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일제히 사과문을 내고 “대출금리 산정 오류로 부당하게 이자를 더 부과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잘못 책정한 이자를 7월 중 환급하겠다”고 밝혔다.

하나, 씨티은행은 금융감독원이 2, 3월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에서, 경남은행은 이후 추가 조사에서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3개 은행이 밝힌 이자 환급액은 총 26억6900만 원에 이른다.

경남은행은 2013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뤄진 가계대출 중 6%에 해당하는 1만2000건에 대해 대출자의 소득을 실제보다 적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처리해 이자를 더 받았다. 이런 식으로 부당하게 부과한 이자만 최대 25억 원으로 추산된다.

하나은행은 2012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출 252건에 대해 전산시스템으로 산정된 금리 대신 은행 내규상 ‘최고금리’를 적용해 1억5800만 원의 이자를 추가로 받았다. 씨티은행은 201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취급한 중소기업대출 27건에 대해 대출자가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없다고 입력해 1100만 원의 이자를 부당하게 더 받았다.
 
▼ 대출금리 고의 조작 의혹 확산… 은행들은 “업무 실수” ▼

해당 은행들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고의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소득 증빙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을 때 직원이 임의로 소득을 입력해온 잘못된 업무 관행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하나, 씨티은행은 “일부 직원이 대출자 정보 등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권과 금융당국을 향한 소비자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은행에서 대출금리 인상을 통보받은 대출자 김모 씨는 “내 금리가 정상인지 오류가 있는지 먼저 알 방법이 전혀 없다. 금감원이 적발된 은행과 액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부당 이자 환급,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원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임의로 운용해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는데도 금감원은 일부 영업점의 문제라며 축소했다. 금융당국 대신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 금리 운용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출금리 산정 문제가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금감원이 발표한 점검 결과 이들 3개 은행 외에도 시장 상황에 따라 재산정해야 하는 가산금리 항목을 수년째 바꾸지 않거나 우대금리를 뚜렷한 기준 없이 축소한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모범규준’ 개정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이를 바로잡기로 했지만 이 사례와 관련해선 이자 환급이 힘들다고 밝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시중은행보다 고객 수나 대출 규모가 작은데도 경남은행에서 가장 많은 피해 사례가 적발되면서 다른 지방은행도 금융당국이 전수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하지만 금감원은 직접 점검에 나서는 대신 모든 은행이 부당하게 대출금리를 매긴 사례가 있는지 자체 조사하라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소비자들이 자체 조사를 얼마나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적발된 은행에 대해선 이자 환급과는 별도로 임직원 제재를 검토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가계부채점검회의에서 “고의성과 반복성 등을 엄격히 조사해 필요한 경우 임직원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강조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