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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km 떨어진 굴착기 조작 ‘척척’

입력 | 2018-06-28 03:00:00


MWC 상하이 개막… 中 무서운 ‘5G 굴기’ 27일 중국 상하이 뉴인터내셔널엑스포센터에서 열린 ‘MWC 상하이 2018’에 참여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전시장 전경. 화웨이는 행사 참여 기업으로는 가장 큰 전시장을 차려 5세대(5G) 기술력을 과시했다. 화웨이 제공

#장면1. 중국 상하이 푸둥의 뉴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 이곳에 마련된 컨트롤러를 만지작거리자 전시장 내 모니터로 비치는 굴착기가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클레인은 상하이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허베이성에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과 부산의 2.5배나 되는 거리에서 포클레인을 원격조종하는 것이다. 중국 이동통신회사 차이나모바일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5G(세대) 네트워크 특성인 ‘초저지연(끊김 없음)’ 덕분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면2. 같은 전시장에 있는 차량의 운전석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전시장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징차오 지역에 위치한 자동차가 시속 수십 km의 속력을 냈다. 징차오 지역 반경 10km 내에 설치된 5G 네트워크망에서 신호를 받아 움직인 것. 차이나모바일과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자동차 제조사 SAIC모터가 지난해부터 개발해 올해 이 서비스를 구현해냈다.

○ 중국의 무서운 5G 굴기

27일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8 행사장’은 대륙의 ‘5G 굴기’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6만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행사에서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5G 실탄’을 여과 없이 과시했다. 5G 네트워크만 상용화된다면 바로 적용 가능한 핵심 서비스를 대거 확보해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5G 콘텐츠는 안면인식 기술이었다. 차이나텔레콤 부스에 마련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 앞에서 기자가 10여 초간 구경하고 있자 스크린 하단에는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기자의 얼굴과 함께 ‘남성’ ‘청년’이라는 문구가 표시된 것이다. 중국은 범정부 차원에서 사회안전망 구축과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도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같은 최첨단 ICT 기술이 탑재된 CCTV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는 자사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을 360도로 촬영해 1분 남짓의 시간 안에 얼굴의 윤곽을 세밀하게 묘사해주는 솔루션을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 화웨이, 특허 사용비 낮춰 5G 외연 넓혀

화웨이는 이날 행사장 메인홀(슈퍼홀)에 참가 기업 가운데 가장 큰 1100m² 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위세를 과시했다. 이번 행사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는 말이 괜한 수식어가 아닌 듯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원격 진료 솔루션이었다. 의사가 5G 기반의 초고화질(UHD) 영상을 통해 환자를 보면서 시술하면 로봇이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따라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도 여러 관계사와 함께 개발 중이다.

에릭 쉬 화웨이 순환 회장은 이날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2019년에는 5G를 지원할 수 있는 칩과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화웨이가 보유한 5G 기술 특허 사용비를 낮춰 건강한 5G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전 세계적으로 5G 기술을 비롯해 7만400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 중국에 집결한 한국 이통사 수장들

최근 5G 주파수를 확보해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 통신사의 수장들도 행사장을 직접 찾아 5G 통신장비 도입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중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기술적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며 “5G 경쟁은 이제 개별 회사가 아닌 국가 간 경쟁이 되고 있는 만큼 철저히 준비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5G 네트워크에 넣을 콘텐츠를 찾기 위해 급한 마음에 중국으로 달려왔다”면서 “망 구축뿐 아니라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하이=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