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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中업체 입찰 막고 특구 투자 반대… 호주-베트남서 부는 反中 바람

입력 | 2018-06-28 03:00:00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25일(현지 시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의 샬럿 살와이 총리와 안보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중국이 바누아투에 영구적 군사 기지를 건설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바누아투와의 안보동맹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호주는 남태평양 솔로몬군도 정부가 추진하는 해저 케이블 건설에 2억 호주달러(약 1650억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솔로몬군도∼호주 시드니 4000km를 잇는 사업이다. 솔로몬군도 정부는 원래 이 사업을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맡겼으나 호주의 자금 지원 결정 이후 화웨이와의 계약을 취소했다. 역시 남태평양으로 세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다. 호주 매체들은 “화웨이가 이 해저 케이블 사업에 참여하면 호주 인터넷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호주 “남태평양 국가들 주권 잃지 말라”

호주의 반(反)중 행보가 심상치 않다. BBC 중문판에 따르면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19일 “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해양 실크로드)의 영향력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호주는 자금을 지원해 태평양국가들이 중국 이외의 또 다른 원조를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평양국가들에 “(중국에 대한) 채무 문제 때문에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주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태평양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호주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통가 등 남태평양 소국들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주는 ‘부채 외교’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바누아투에는 10여 년간 2억7000만 달러(약 3015억 원)를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미크로네시아연방공화국의 토지를 임차해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호주의 반중 정서는 일대일로에 대한 경계심에 그치지 않는다.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이 내정 개입을 통해 호주의 국가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19일 호주 매체들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최근 화웨이의 호주 제5세대(5G) 이동통신망 장비 입찰을 금지했다.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하면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통해 호주에 인터넷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화웨이 측은 “호주 정부의 우려는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고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으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호주 정보기관 호주안보정보원(ASIO)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10년간 호주의 주요 정당들에 침투해 이들 정당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며 “호주 내정을 간섭하는 문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국가가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 베트남 국민들 “단 하루도 중국에 토지 임대 말라”

정부가 반중 정서를 주도하는 호주와 달리 베트남에서는 최근 국민들의 반중 정서가 유혈 시위로 폭발했다. 베트남은 홍콩 일본 한국 대만에 이어 중국의 아시아 5위 무역파트너다.

20일 베트남 북중부 하띤에서는 1000여 명이 “중국 공산당에 토지를 임대해주지 말라. 하루도 안 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호찌민, 하노이, 냐짱, 다낭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남부 빈투언에서 일어난 시위는 시위대가 무장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차에 불을 지르는 등 유혈 사태로 번졌다.

최근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경제특구의 토지 임대기간을 99년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결국 이 법의 혜택을 중국이 챙겨 국가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경제특구에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 성장을 도모하려는 것이지 중국에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반중 정서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국회는 이달 진행하려던 표결을 올해 10월로 연기했다. 로이터통신은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 중국이 베트남 국가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에서 베트남 국민들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섬들을 베트남 이름으로 외치며 노골적인 반중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영문 자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영향력이 베트남의 주권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베트남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베트남의 반중 시위에 대해 “다른 속셈이 있는 이들이 목적을 갖고 사건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호주 정부의 안보 우려에 대해서도 “냉전적 심리” “중국에 대한 편견”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 관계자들도 비공식적으로는 일대일로가 주변국들의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주변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중 정서를 해소할 방안을 진지하게 찾을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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