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메모지 들고 정상회담 흔한 일” 일부 비판 반박 시진핑-푸틴-아베도 애용… 트럼프는 단독회담때 맨손 선호
지난해 11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우즈베크 정상회담에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준비해온 메모지에 회담 내용을 적고 있다(위쪽 사진). 22일(현지 시간)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메모가 담긴 A4용지를 들고 발언하는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탁자 위에 놓인 메모를 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춘추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의 36년 전 사법연수원 성적이 언급된 이유는 이날 한 중앙일간지의 칼럼 때문. 22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A4용지를 들고 있는 장면을 두고 “정상 간의 짧은 모두발언까지 외우지 못하거나, 소화해 발언하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을 반박하면서다.
김 대변인은 “(대변인을 맡은 후) 넉 달여 동안 많은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에 들어갔다. 거의 모든 정상이 메모지를 들고 와서 이야기한다”며 “‘당신과의 대화를 위해 이만큼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는 성의 표시”라고 덧붙였다. 이어 “(메모지로) 지도자의 권위, 자질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지난해 말까지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끌어낸 게 문 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에는 물론이고 지난해 7월 독일에서 가진 첫 한-러 정상회담에서 철도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의제들을 빼곡히 담은 메모지를 직접 손으로 넘겨가며 대화했다고 한다. 올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문제 등을 담은 자료를 들고 문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정상회담 때 메모를 활용한다는 게 외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메모 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때는 자료를 활용하지만 단독 회담 때는 메모지 없이 대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트럼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메모 없이 회담을 했다. 그러다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다른 정상들이 메모를 참고하는 걸 보고 종종 메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은 치열한 전략·논리 싸움인 만큼 지켜보는 입장에선 오히려 정상들이 메모지를 활용하지 않을 때 더 조마조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