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드 모네 ‘수련 연못 위의 다리’ 1899년.
모네는 ‘빛은 곧 색채다’라는 믿음으로 평생 빛을 연구한 화가다. 뙤약볕이나 거센 바람 속에서도 야외 작업을 고집할 정도로 철저한 ‘외광파’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포착하기 위해 빠른 붓놀림으로 그리다 보니 그의 그림은 늘 미완성으로 보이기 일쑤였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인물이나 풍경을 주로 그렸지만 그의 주제는 언제나 빛이었다. 물을 유난히 좋아했던 모네는 평생 센강을 따라 이사를 다녔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은 바로 파리 외곽의 지베르니였다. 모네는 43세에 이곳에 이사 와서 죽을 때까지 43년간 살았다. 혼자가 아니라 사별한 아내가 남긴 두 아들과 두 번째 부인 알리스의 여섯 자녀들과 함께였다. 그는 정원사들을 두고 일본식 다리가 있는 정원과 연못을 가꾸는 데도 열심이었다.
지베르니에서 모네는 인생 최고의 모델을 만나게 된다. 바로 수련 연못이었다. “어느 날, 연못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계시를 받았다. 나는 팔레트를 집어 들었고, 이후 다른 주제는 거의 그릴 수가 없었다.” 모네의 말이다.
이 그림은 그가 처음으로 그린 수련 연작 중 하나로 풍경화치곤 특이하게도 세로 그림이다. 이후에 그려진 수련 연작은 색도 더 풍성해지고 가로 길이도 점점 길어진다. 평화와 순수, 부활을 상징하는 수련이 핀 연못은 노년의 모네에게 ‘평화로운 명상’의 장소였다. 물의 표면에 비친 빛을 포착해 그린 연못 그림은 이후 20세기 추상미술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수련 연작 중 백미로 꼽히는 대표작은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