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항소심 재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1)이 “그동안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또 구속시키려 하냐”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우 전 수석은 28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 심리로 열린 구속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심문기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관련자들을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17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사찰했다는 별건 혐의로 구속돼 지난 1월 4일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다음 달 3일 우 전 수석의 구속 기한이 만료되자 1심 실형 선고에 따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우 전 수석은 이에 대해 “1년 남짓한 기간에 제 개인에 대해 4번이나 구속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힘없는 개인으로선 정말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검찰이란 거대한 공권력이 우병우라는 개인에게 너무 가혹하다,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그는 “저는 검사로 또 공직자로 일했기 때문에 그동안 검찰이 하라는 대로 다 했다. 포토라인에 서라고 할 때마다 서서 다 사진 찍혔고, 영장 청구하면 제 발로 걸어와서 다 심문받았다”며 “그런데도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또 발부해 달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주일에 2~3번 재판을 받다 보니 구치소에서 변호인을 접견할 기회가 없어 방어권 행사가 어렵다”며 “6개월 구금 기간이 지났으니 석방해서 불구속 재판을 받을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1심에서 우 전 수석의 태도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당연히 실형 선고 후 영장을 발부해야 했지만,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라 법정 구속하지 않은 것”이라며 “우 전 수석이 무죄를 주장하는 상황에 석방되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검토한 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