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월드컵>한국응원단 23일 러시아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한국-멕시코 2차전을 관전온 한국응원단이 응원을 하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군대 미필자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FC)과 조현우(27·대구 FC)의 병역 문제를 해결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번 월드컵 대표 중 가장 주목 받은 손흥민과 조현우는 아직 국방의 의무를 마치지 않은 상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선수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두 선수의 군대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손흥민과 조현우가 군대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길 희망하는 다수의 누리꾼은 현실적으로 면제가 어렵다면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에 군대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청원자는 “현 운동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 면제 혜택, 과연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가의 명성을 드높인 인물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 사람이) 운동선수에게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인들 중에도 얼마든지 있으며, 최근 더욱 강세인 k pop 스타들도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병역면제 혜택이란 게 없다. 병역면제 혜택은 전 분야의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형평성에도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제안하는 바는 선수들이 일정 이상의 성적을 낼 경우 군 복무를 은퇴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면서 “정식으로 등록된 각 운동 종목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해서 (월드컵 16강이라든지 각 종목마다 목표로 하는 성적을 이룬 경우) 병역 나이를 미뤄준다면 선수들이 군대 걱정 없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게 당연하다. 저 또한 군대를 다녀왔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 같이 대한민국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군 복무 기간 동안 얻을 수입(연봉)을 국가에 일정부분 환원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면서 “무작정 환원한다고 해서 면제해주기는 어렵고, 기준이 있어야할 거 같다”고 적었다.
은퇴 뒤 ‘국가대표’ 코치 활동으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게 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청원자는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데, 군 면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내 생각에는 손흥민 정도의 스포츠 스타는 현재의 병역의무를 ‘은퇴 후 국대 코치’로 대신하는 게 어떨까 싶다. 의무적으로 무조건 국대 코치를 일정기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군 면제 기준을 메달이 아닌 ‘명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누리꾼도 보인다. 한 청원자는 “어제 축구에서 손흥민, 조현우 선수의 플레이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한다. 손흥민 선수는 특히 현재 유럽리그에서 우리나라를 알리고 있으므로 결승전 30분 출장해서 뛴 사람보다 국위선양을 훨씬 더 많이 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국위선양의 기준을 메달, 등수의 기준에서 실제 명성도의 기준으로 바꿔 달라”고 적었다.
이 외에도 “국군체육부대 ‘상무’ 입대 뒤 외국리그 임대”, “EPL(영국). 분데스리가(독일), 세리에A(이탈리아), 라리가(스페인) 이달의 선수 1회 이상 수상, 이 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2시즌 연속 15골 이상 득점한 선수”, “매년 한국인을 빛낸 10인 선정해 대통령상 및 병력혜택(여성은 상금대체) 부여”, “월드컵 본선에서 3골 이상 득점한 축구선수는 국위 선양의 공로를 인정해 병역의무를 면제해 달라” 등의 의견이 있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