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승2패 조별리그 탈락. 한국의 2018러시아월드컵 도전은 냉정히 말해 실패에 가깝다. 다만 ‘유종의 미’는 거뒀다. 한국은 2패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28일(한국시간)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독일전 승리로 승점 3을 획득한 동시에 숱한 기록을 월드컵 역사에 아로새겼다.
한국의 승리보다 독일의 패배가 더욱 충격이다. 독일은 한국과 함께 1승2패(승점 3)을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F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독일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것은 1938프랑스 대회 이후 무려 80년만이다. 당시에는 조별리그 없이 곧장 토너먼트가 진행됐는데, 독일은 한 번의 미끄러짐을 제외하면 줄곧 2라운드 진출 이상의 성과를 내왔다. 조별리그는 1982스페인 대회부터 시작됐으니 독일의 조별리그 탈락은 사상 최초다.
독일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승자의 저주’라는 분석도 있다. 2000년대 들어 월드컵에서는 승자의 저주가 디펜딩 챔피언을 휘감고 있다. 1998프랑스 대회 챔피언 프랑스는 2002한일 대회 조별리그 탈락 아픔을 겪었다. 2002한일 대회 우승팀 브라질은 2006독일 대회에서도 8강에 진출했지만, 2006독일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 2010남아공 대회 우승팀 스페인은 다음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독일 역시 우승국 징크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독일의 패배는 ‘디펜딩 챔피언’ 훈장에도 먹칠이었다. 월드컵 우승팀은 다음 대회 결승전 전까지 디펜딩 챔피언 지위를 갖는다. BBC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가 공식 A매치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꺾은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독일은 이번 대회 포함 역대 월드컵에서 67승20무22패를 기록했는데, 2골차 이상 패배는 한국전이 4번째다. 아울러 독일의 아시아 팀 상대 월드컵 본선 첫 패배도 한국이 안겨줬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