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27일 전현직 공무원 등 130명에 대해 무더기 수사의뢰·징계 권고를 의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이날 전원위원회에서 퇴직자를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 등 26명을 수사의뢰 권고, 104명을 징계 권고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년도 스토리공모대전 심사위원 배제사건 등은 감사를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 등과 공모해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하는 등 가담 정도가 중한 공직자 △위법한 지시가 이행되는 걸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동조, 실행한 정황이 상당한 산하 공공기관장 및 임원을 수사의뢰 권고 대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징계 대상자에는 가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이들도 포함됐다. ‘수동적으로 지시에 따른 자’도 징계 권고 대상에 올랐고, 직급으로는 사무관 급이나 실무자 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위는 “고위직과 하위직 모두 포함됐으며, 대상자를 가릴 때 직급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고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장차관부터 실무자까지 특검, 감사원, 진상조사위 등의 조사를 받은데 이어 무더기 처벌 권고가 나오자 문체부 내에서는 상당한 반발 기류가 일고 있다.
한 문체부 간부는 “당시로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권력의 지시를 공무원들이 거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인데도, 그런 상황이 완전히 무시됐다”며 반발했다. 또 다른 간부는 “공무원에게는 소속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의 의무’도 있다. 위법한 지시인지 그 때는 불분명했을 수도 있는데 문체부를 자꾸 ‘부역자’처럼 매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 고위 간부들은 27일 진상조사위 전원위원회에서 징계 권고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며 이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원재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공무원이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게 현실적으로는 이해되는 점도 없지 않지만 법적으로 부당한 지시는 거부해야 하고 공직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건의 규모와 지속된 기간을 볼 때 결코 큰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진상조사위 권고가 그대로 수사의뢰나 징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충분한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 이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