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조간신문을 읽는 것은 현실주의자의 아침 기도이다.” 독일 철학자 헤겔의 말이다.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 신문만 한 게 없다는 얘기일 터다. 19세기 철학의 거성뿐 아니라 21세기를 쥐락펴락하는 각계 거물들 역시 종이 신문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워런 버핏은 아침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와 오마하 지역신문 등 6개 신문을 열독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에서의 첫 일과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를 읽는 것이었다. 스타벅스 최고경영자인 하워드 슐츠도 ‘아침 5시 기상→커피→신문 읽기’의 일상을 20여 년째 어김없이 이어가고 있다.
▷신문은 정치나 비즈니스를 넘어 학습의 유용한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27일 일본 문부성이 발표한 청소년 학력 조사에서 신문 보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 읽는 습관과 학업성취도의 밀접한 상관관계는 국내서도 조사된 바 있다. 2015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신문 읽기 독서와 학업 성취도 및 취업 조사’에 따르면 고교 시절 신문 구독 가구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적, 취업률에서 앞섰다. 신문에 어떤 공부 비법이 숨겨져 있길래?
▷청소년들은 신문을 접하는 동안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르고 시사상식을 덤으로 얻는다. 성적 향상과는 별개로 신문을 통해 사회에 대한 관심과 미래에 대한 호기심도 키울 수 있다. 자녀의 학업 부진이 고민인 부모라면 오늘부터라도 스스로 신문 읽기의 모범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신문과 친구가 되도록 이끌어주면 좋겠다. 필자는 중고교생 조카들을 만날 때마다 잔소리를 한다. 시간이 부족하면 전체 지면의 제목만이라도 한 번씩 훑어보라고. 이 습관만 몸에 배어도 앞으로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핀잔을 들을지 몰라도 학생들에게 신문 읽기 습관을 심어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의 세계를 읽는 눈썰미를 키우는 최고의 학교, 내일의 세상을 대비하는 최상의 교재가 바로 신문이기 때문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