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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권 유지’ 몰아가는 공정위… “졸속 개편” 발끈한 검찰

입력 | 2018-06-29 03:00:00

[규제혁신회의 취소 후폭풍]개편특위 ‘폐지보다 보완’ 의견에
檢 “공정위, 유리한 案 특위에 제출”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 정비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편 작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속고발권은 기업 경영활동 위축을 막기 위해 가격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공정거래법 개편을 주도하는 특별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검찰은 논의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28일 공정위와 공정거래법 개편특위가 공동 주최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 특위는 전속고발권을 선별적으로 폐지하기보다는 보완 및 유지하는 게 다수 의견이라는 논의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청 등이 고발을 요구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 ‘의무고발요청제’를 도입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전속고발권 폐지 범위를 놓고 공정위와 검찰이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특위가 공정위에 유리한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검찰 측 인사로 참석한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은 전속고발권이 함께 다뤄지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작업 자체가 밀실에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구 부장검사는 현재 공정위 직원에 대한 재취업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그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막판까지 몰랐다”며 “관계부처들이 특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공정위가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졸속 추진으로) 법 개정이 안 되면 결국 전속고발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공정위는 나쁠 게 없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개인적으로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 부장검사는 공정위가 자신들이 선호하는 안을 만들어 특위 위원에게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작업을 민간이 중심인 특위에 맡긴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스스로 법 개정을 주도하는 ‘셀프 개편’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공정위는 실무안을 제시했을 뿐 모든 논의는 분과를 중심으로 했다”고 반박했다. 경쟁정책국은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실무를 책임지는 부서다. 공정위는 최근 공정위 직원에 대한 재취업 관련 수사가 전속고발권 논의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