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감각의 한국디자인 문화사/조현신 지음/340쪽·2만 원·글항아리
[1]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자동차 ‘엑셀’. [2]한국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 [3]보급형 전화기의 효시인 ‘체신 1호’ 전화기. 글항아리 제공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술 ‘소주’. 소주병에도 독특한 디자인 코드가 숨겨져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소주 상표의 주인공은 원숭이였다. 사람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술을 즐기는 기이한 짐승이라 여겨져 왔기 때문. 그러나 1955년 두꺼비가 원숭이의 자리를 차지한다. 속임수와 교활함을 상징하는 원숭이 대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떡두꺼비’가 더 인기를 끈 것. 2000년대 들어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나무와 달팽이가 두꺼비를 밀어내고, 소주의 대표선수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외관에도 시대상이 투영돼 있다. 1980년대 ‘마이카 시대’ 출발을 상징했던 엑셀, 르망, 프라이드 등의 소형차들은 군사정권이라는 당대 상황을 반영하듯 각진 세단형의 디자인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1990년대 중산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쏘나타와 아반떼는 부드러운 미소를 형상화한 램프와 매끄러운 곡선 등이 강조됐다. 외환위기 직전의 풍요로운 사회 분위기가 배어있다는 설명이다.
마치 민속박물관의 전시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난 느낌을 준다. 매일 쓰는 일상의 사물들을 새롭게 보게 하는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