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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쁘라삐룬’, 6년 만에 한반도 관통…예상 피해와 경로는?

입력 | 2018-07-01 17:37:00


태풍 ‘쁘라삐룬’이 2일 밤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은 6년 만이며, 특히 장마철에 태풍이 찾아온 건 12년 만이다. 기존 장마전선에 태풍이 몰고 온 습기가 더해지면서 3일까지 전국에 많게는 300mm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키나와 서쪽 해상에서 한반도를 향해 곧장 북상 중인 제7호 태풍 쁘라삐룬 (최대풍속 초속 29m, 소형급)은 2일 오후 9시 서귀포 남쪽 130km 부근 해상에 도착할 예정이다. 예상경로대로라면 3일 오전 9시에는 여수 부근에 상륙해 약 초속 8m의 이동 속도로 영남지방을 지난 뒤 3일 밤 울릉도 서북서쪽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쁘라삐룬은 태국 비의 신 이름이다.

2012년 ‘산바’ 이후 한반도 내륙을 통과한 태풍은 없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는 부산, 울산에 큰 피해를 안겼지만 남해안을 지나면서 다른 지역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기상청은 6년 만에 태풍이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 이유에 대해 “태풍이 발생한 시기에 맞춰 우리나라 상공에 태풍이 북상할 수 있는 기압골이 형성돼야 하는데 그동안에는 태풍 발생시기, 상공 기압형태 등 여러 원인으로 그런 길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마와 태풍이 동시에 한반도를 덮치는 것은 2006년 태풍 ‘에위니아’ 이후 12년 만이다. 대부분의 태풍은 7월 중순 이후 영향을 미치면서 장마를 비켜 갔다.

1일에도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걸치면서 전국 곳곳에는 시간당 30mm 내외의 많은 비가 내렸다. 전남 보성에는 오전 7시를 전후해 시간당 80mm의 장대비가 쏟아지는 등 지난달 30일부터 327.5mm의 폭우가 내리며 피해가 속출했다. 보성군 회천면 모원제 제방 50m가량이 붕괴돼 주변 농경지 3㏊가 폐허가 됐고 약 1.6㎞ 떨어진 하천 다리도 끊겼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하주차장 등에 세워진 차량 50여 대가 불어난 빗물에 잠기는 등 보성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영광군 염산면 한 논에서 모내기를 하던 태국 출신 외국인근로자 A 씨(63·여)가 낙뢰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1일 오전에는 보성군 보성읍에서 이모 씨(74·여)가 흙더미에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지난달 28일에는 광주 광산구 송산교 근처에서 70대 남성 한 명이 실종된 상태다. 1일 오후 7시 현재까지 전남지역에서만 주택 45개 동과 농경지 2377㏊가 침수됐다. 또 경전선 득량¤이양역 구간에도 흙더미가 유입돼 열차 운행이 8시간 가량 중단됐다. 항공기 5편이 결항하고 12개 항로의 여객선 14척의 발이 묶였다.

행정안전부는 태풍 북상에 따라 1일 오후 3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을 시작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날로 예정됐던 단체장 취임식을 연기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일 오전 7시 시청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재난대책회의를 여는 것으로 민선 7기 시정을 시작했다. 2일 취임식은 취소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태풍대비 점검회의를 열었다.

1일까지(오후 7시 현재) 강수량은 서울 63.0mm를 비롯해 강원 정선 98.0mm, 충남 서천 168.5mm, 군산 181.3mm, 산청(지리산) 118.0mm 등을 기록했다. 2일에는 북상하는 태풍 영향으로 강수량이 더 늘면서 시간당 50mm 이상의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전국에 쏟아질 예정이다. 기상청은 3일까지 비가 이어지면서 사흘간 전국 강수량이 100~250mm, 일부 지역은 300mm를 넘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보성=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