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 약속과는 달리 최근 핵 능력을 오히려 증강시키고 있으며, 핵무기와 핵시설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NBC방송은 국방정보국(DIA) 최근 보고서를 접한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수개월간 여러 곳의 비밀 장소에서 농축 우라늄 생산을 확대해 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DIA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는 대신 핵탄두 및 관련 장비·시설 은폐를 추구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더라도 얼마든지 핵무기와 핵물질을 숨길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암묵적 핵보유국’으로 남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은 비핵화 논의 초기부터 제기됐다. 그런 가능성 때문에 완전하고 투명하며 상시적인 사찰 시스템의 가동 전까지는 대북제재가 조금도 흐트러져선 안 된다고 북핵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3주가 지나는 동안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제재 완화 필요성을 담은 유엔 안보리 언론성명을 추진하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본 언론은 김정은이 지난달 19일 베이징 방문 때 시진핑 주석에게 ‘제재 조기 해제’를 요청했으며 그 영향으로 중국이 제재 완화 유엔 성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대북 제재는 김정은이 비핵화와 대화의 길로 나서게 한 핵심 동력이다. 비핵화 작업이 되돌릴 수 없는 궤도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그 고삐를 놓아선 안 된다. 한미 양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는 이런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과 실천 정도를 냉정히 관찰해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6일 평양 방문은 진정성을 가늠할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른 시일 안에 후속협상을 약속해 놓고도 3주 동안 시간을 끌어온 북한이 이번에도 비핵화 시간표와 디테일, 검증 계획에 동의하지 않은 채 미군 유해송환 등에만 성의를 보인다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