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앞뒀던 때 친구 사무실에 자주 놀러갔다. 사무실에 가면 친구와 동네 형님들이 사업에 대한 얘기를 참 많이 했다.
“이번에 러시아 앞바다에서 해적선이 발견됐는데, 잠수부들이 들어 보니 안에 금은보화가 수두룩해서 한 방에 수천억 원을 벌었잖아. 바닷속에 있는 건 발견한 사람이 임자거든. 5년 동안 바다를 뒤지고 다니면 보물선 하나 못 찾겠어?”
“에이 형님! 바다가 얼마나 넓은데 어떻게 찾아요! 보이지도 않는데! 그거보다는 얼마 전에 칠레 앞바다에 운석이 떨어졌는데, 그 운석 하나 가격이 40억 원이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주변 논두렁 밭두렁에 돌아다녀 보면 떨어져 있는 운석 많을 거예요. 저는 운석 사냥꾼이 되는 게 훨씬 빠를 거 같은데요.”
“그럼 회사를 하나 차려서 시베리아에 석유 캐러 보내고, 해적선도 찾으러 다니고, 운석도 주우러 다니면 되겠네. 지분은 어떻게 나눌까?”
“형님이 40%, 내가 35%, 아우가 25% 어때요?”
“연매출이 1000억 원 이상 나오겠죠?”
“일단 목표는 가볍게 1000억 원으로 하자고.”
“배고픈데 밥은 어떡하죠?” “글쎄 시켜 먹을까?” “돈 있으세요?” “나는 없는데. 김 사장은?” “저도 현금이 없는데….” “그럼 카드는 돼요?” “카드는 정지당했지.” “그럼 오늘만 라면 먹을까요?” “라면 한 봉지밖에 없는데….” “그럼 한 봉지로 나눠 먹지 뭐!”
몇천억 원이 어떻고, 지분이 어떻고 하던 사람들이 정작 점심 먹을 돈이 없어서 매일 라면만 먹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사무실에 놀러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비슷한 일을 겪었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전화를 받았는데,
“아,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희가 이번에 코인을 하나 만들었는데, 이것 좀 방송에서 홍보하려고요.”
“아, 방송에서 아무 거나 홍보할 수 없습니다. 근데 어떤 코인인데요?”
“착한 일요? 그럼 그 코인 받으면 어디에 쓸 수 있나요?”
“그냥 가지고 있으면 큰돈이 됩니다.”
“네? 어떻게 큰돈이 되는데요?”
“아, 이게 전화로는 설명드리기가 힘든데 만나서 설명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저는 연남동 쪽에 사무실이 있는데, 이쪽으로 오실 수 있나요?”
“아, 제가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 작가님이 이쪽으로 오시면 안 되나요?”
아, 이분도 식사는 하고 다니시는지 걱정이 된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