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옥진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이런 시각으로 유통업종을 들여다보면 2016, 2017년을 저점으로 경기 회복 국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자 기회는 여기서 찾아야 한다.
한국 유통업의 최고 전성기는 2000년대다. 전통시장 형태에서 기업형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경제 성장률이나 인구 증가율도 지금보다 높았다. 이때 시장을 주도하던 것이 대형마트다. 당시 이마트 실적과 주가는 몇 배 뛰었다. 케이블TV 시청 가구가 늘면서 홈쇼핑사도 호황을 맞았고, 온라인 쇼핑도 성장했다. 백화점의 성장 여력도 충분했다. 이 시기 유통업종의 투자지표는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2017년을 전후로 주가 반등이 시작된 국내 유통업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우선 비전이 보이지 않는 해외 사업을 과감히 철수해 추가 손실 가능성을 차단했다. 국내에서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점포나 사업부를 구조조정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과의 충돌을 우려해 미온적이었던 온라인 사업도 적극적이다. 사업 다각화의 성과도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면세점이다.
그 결과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6, 2017년을 기점으로 바닥을 탈출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2020년대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종의 주가도 최소 몇 년 동안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기 소비 경기 변화를 넘어선 ‘메가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부정적인 요소도 없지 않다. 고령화와 1, 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나 경제 성장률 둔화와 같은 외부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유통업체들이 현재의 실적이나 주가 정상화 과정을 뛰어넘어 과거 2000년대 초반의 전성기로 돌아가느냐는 결국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이는 온라인 사업과 남북 경제협력 확대에 따른 북한 시장이 열쇠가 될 수 있다.
남옥진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