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돌보면 초과근로 일쑤… 기피자 많아 인력충원도 어려워
뇌혈관 환자를 주로 보는 지방의 A병원은 1일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은 한밤중에 실려 오는 뇌출혈 환자를 수술하고 중증 입원환자를 돌보기 위해 주당 평균 60시간씩 일해 왔지만 앞으로 이런 초과근로는 불법이다. 현재 직원이 400여 명인 이 병원은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응급실 간호사 등 직원 40여 명을 더 뽑아야 하지만 지방병원에서 간호사 구하기는 만만치 않다. 원장 B 씨는 “(6개월간 처벌 유예가 끝나는) 내년 1월부터는 응급환자들을 돌려보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도 ‘주 52시간제 태풍’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만약 노사가 근로기준법 특례적용에 합의하지 않으면 봉직의(페이닥터)와 간호사도 다른 직종과 똑같이 주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산업노조는 병원의 특례적용에 반대하고 있어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가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야간 근무가 잦은 응급실이나 권역외상센터, 뇌심혈관센터 등에선 초과근로의 불법을 피하려면 인력 충원이 시급하지만 격무 부서를 기피하는 탓에 이조차 쉽지 않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진의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이 환자의 안전이나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인력수급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