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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모두 국회통과땐 대법관 14명중 문재인 대통령 임명이 8명

입력 | 2018-07-03 03:00:00

[달라지는 대법원 지형]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후보 3명 제청




“이번 인사로 사법 권력의 축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

2일 공개된 신임 대법관 후보 3명의 명단을 확인한 한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 3명이 국회 동의를 받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전체 14명 중 8명이 된다. 행정업무를 하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재판에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13명 중에서도 과반수인 7명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11월 퇴임하는 김소영 대법관의 후임이 한 명 더 들어서면 전·현직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대법관의 구성이 ‘5 대 9’로 더 기울어진다. 이렇게 되면 대법관들이 4명씩 들어가는 3개 소부(小部) 판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법원의 본격적인 ‘지형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보수 성향 2명 대신 진보 성향 2명

김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3명의 대법관 후보자 중에서는 김선수 변호사(57·사법연수원 17기)와 노정희 법원도서관장(55·19기)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전임자인 고영한 김창석 대법관은 동아일보가 2016년 대법관 이념 성향을 분석한 결과 가장 오른쪽에 위치해 있었다. 두 대법관 모두 2013년 12월 통상임금 사건에서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보수 성향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대법관을 진보 성향으로 교체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대법원 판결 성향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이다. 또 판사와 검사를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변호사다. 김 후보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법원장이 저를 임명 제청해 주신 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원하는 국민의 열망을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노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법원 구성원은 김 대법원장, 박정화 대법관 등 모두 3명으로 늘어난다. 노 후보자까지 합류하면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출신대학 5곳으로 늘어

현재 여성 대법관은 김소영 민유숙 박정화 3명이다. 노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면 2004년 김영란 전 대법관이 첫 여성 대법관이 된 이후 14년 만에 여성 대법관은 역대 최다인 4명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성 평등 이슈에서 대법원이 전향적인 판단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 관련 판례 검토, 성폭력 사건 재판 처리 절차 등 여성 문제를 다뤄온 젠더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민유숙 대법관이 지명될 때도 대법원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후보자 세 명 중 고위 법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이 한 명에 불과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후보자 이동원 전주지법원장(55·17기)은 고려대 법학과 출신이다. 노 후보자는 이화여대 법학과 출신 첫 대법관이 될 수 있다. 세 후보자가 임명되면 대법관들의 출신대학이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건국대 등 5곳으로 늘어난다.

대법관 후보자가 그대로 임명되면 8월 2일 이후 대법원에 남는 ‘서오남’은 김 대법원장과 권순일 이기택 김재형 대법관 등 4명뿐이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서오남이 많다는 견해에는 일부 동의한다”고 말한 대로 대법관 다양화 구상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호재 hoho@donga.com·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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