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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구원투수에 83세 이회창?

입력 | 2018-07-03 03:00:00

안상수 “비대위원장 후보로 검토”
이회창, 당 장악력-강력한 카리스마 장점…혁신 원하는 국민 눈높이엔 못미쳐
黨내부 “20세기로 돌아가자는거냐”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궤멸 후 당을 수습할 ‘구원투수’인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83·사진)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사실상 창당했던 이 전 총재는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자유선진당을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곳에서 이 전 총재를 추천하는 분들이 있어서 다른 후보군들과 함께 논의 중”이라며 “40여 명의 후보군 중 5, 6명을 추린 뒤 당내 논의를 거쳐 다음 주 한 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구원투수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 장악력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이 전 총재의 장점으로 꼽는다. 한 원외 인사는 “한국당이 인재 영입에 가장 성공한 케이스 중 하나가 이 전 총재가 이끈 2000년 16대 총선 공천이었다. 총재와 대선 후보를 여러 차례 한 까닭에 현재 당 중진 중 이 전 총재와 인연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당 로고-구호 없는 ‘백지 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통상 당의 로고와 구호를 선전하는 회의장 뒤편이 아무런 문양 없이 흰 벽 그대로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퇴장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4선 이상 중진 5명 중 이주영, 심재철 의원은 이 전 총재가 주도한 16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았다. 홍문종 의원은 이 전 총재의 청년담당 특별보좌역을 맡은 적이 있다. 성명에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당 쇄신 논의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4선의 나경원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이 전 총재의 여성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안 위원장 역시 1997년 이 전 총재의 대선 후보 경제특보를 지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가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의 ‘정치적 아버지’ 같은 존재여서 보수정당 통합과 재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회창 카드’가 당내 결속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파괴적 혁신’을 원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한 당 관계자는 “지금 20세기로 돌아가자는 거냐. 팔순이 넘은 이 전 총재로 무슨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거냐”며 한숨을 쉬었다.

비대위 준비위는 이 전 총재와 함께 김형오 박관용 두 전직 국회의장,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등을 후보군으로 비중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위는 조만간 당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비대위원장 후보를 추천받는 절차도 거칠 예정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생각보다 훌륭한 분이 많아 (비대위원장 외에) 비대위원, 혁신위원, 자문위원으로도 모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