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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승헌]뼈문, 친노나 진박처럼 안 되려면

입력 | 2018-07-03 03:00:00


이승헌 정치부장

뼈를 발라버리겠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민감해하나 싶었다. 8월 말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을 앞두고 ‘뼈문(뼛속까지 친문재인)’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고 보도(본보 6월 27일자 A10면)했더니 이런 인터넷 댓글이 달렸던 것이다. 정확하게는 “(이 기사를 쓴 기자) 네 뼈를 발라버리고 싶다”였다. 실제로 여권은 벌집 쑤신 듯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주변에선 “누가 뼈문이라는 말을 하고 다니느냐”고 서로 물어봤단다.

이런 예민한 반응은 ‘뼈문’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이 말이 갖는 특유의 폐쇄적인 이미지 때문인 듯하다. 내용은 다르지만 친노, 진박을 연상시키거나 오버랩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친문은 친노, 진박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친문 스스로 일부는 친노였다. 진박은 촛불로 몰아냈다.

물론 친문은 친노, 진박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친노는 집권 1년 1개월 만에 탄핵으로 바닥을 쳤다가 탄핵풍으로 드라마틱하게 의회 권력을 잡았다. 하지만 ‘4대 입법’으로 오버하더니 ‘폐족’으로 몰렸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부활했다. 진박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200석도 가능하다”며 집안싸움을 벌이다 좀처럼 내줄 것 같지 않던 원내 과반을 잃었다. 그 뒤 전개된 촛불 이후 상황은 따로 말할 것도 없다.

친문은 집권 1년 1개월이 지난 건 친노와 같은데 기반이 더 탄탄해지고 있다. 지방선거 독식 후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70%대다. 심지어 내부 견제 장치도 작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지방선거 후 지난달 18일 청와대 회의에서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지지에 답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노련함까지 보여줬다. 자유한국당으로선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으니 미칠 노릇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전대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들리는 시그널은 문 대통령의 조심스러움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친문의 간판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주술처럼 퍼지고 있다. 친문 그룹은 달(moon·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부엉이 모임’을 만들어 밤낮으로 만나고 있다. 한때 친문 사이에서 들리던 “청와대에 이어 당권까지 가져도 될까?”라는 조심스러움은 종적을 감췄다. ‘책임 당 대표론’이라는 명분도 만들어 냈지만 속내는 당 대표와 그 주변이 쥐게 될 2020년 총선 공천권이다. 요새 여의도에선 어딜 가나 지금 총선을 하면 민주당이 개헌선을 넘기고 한국당은 군소 TK당으로 추락할 것이라고들 한다. 당권만 쥐면 정부와 지방권력에 이어 의회까지 대한민국을 ‘친문 천하’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문’ 당권 주자에 대한 뼈문들의 견제는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 비문 주자 측은 “조금이라도 당권에 관심을 보이니까 각종 휴대전화 문자에, 사무실 전화에 견딜 수가 없다”며 “당분간이라도 당권에 관심 없는 척해야겠다”고 했다.

이 칼럼이 나가면 또 많은 친문 누리꾼들이 막말 댓글을 달 것이다. 기자가 문 대통령에 대해 쓰기만 하면 내용도 안 보고 조건반사적으로 악플을 달고 막말 e메일을 보내는 ‘단골’도 여럿 있다. 그럼에도 뼈문들의 각성과 경계를 당부하는 건 좋든 싫든 이들이 2018년 한국 정치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오만과 독선으로 친노와 진박의 전철을 밟는 것은, 그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