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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박세리처럼… 박성현 ‘연못샷 환호’

입력 | 2018-07-03 03:00:00

KPMG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
16번홀 로브샷 50cm 붙여 파… 연장서 유소연 꺾고 메이저 2승



박성현 우승 확정<LPGA투어 제공>

박성현과 캐디 데이비드 존스<세마 스포츠마케팅 제공>

박세리 워터해저드 1998년 US여자오픈

박세리 박성현


박성현 4라운드 16번 홀 <PGA 아메리카 제공>


16번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한 뒤 박성현(25)은 화가 나 54도 웨지를 집어던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연못에 빠진 줄 알았던 공은 다행히 깊은 러프에 들어가 있었지만 억센 풀이 많아 빼내기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캐디(데이비드 존슨)는 공 위치를 파악하려고 신발을 신은 채 물속에 들어가야 했다.

워터해저드 구역에서 58도 웨지로 구사한 박성현의 로브 샷(공을 높게 띄워 그린에 올린 뒤 최대한 런을 줄일 때 사용)은 공을 핀 50cm에 붙였다. 극적으로 파를 세이브한 박성현은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뒤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우승을 결정지은 뒤 그의 볼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박성현은 2일 미국 시카고 외곽의 켐퍼 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낚아 최종 합계 10언더파를 기록했다. 유소연,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동타를 이룬 박성현은 16번홀(파4)에서 열린 2차 연장전에서 2.7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4.5m 버디 퍼팅을 아쉽게 놓친 유소연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이로써 박성현은 5월 악천후에 따라 36홀 대회로 축소된 텍사스 클래식 이후 시즌 2승째를 거두며 통산 4승이자 지난해 US여자오픈 이후 두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LPGA투어 홈페이지와 미국 골프채널 등은 이날 박성현의 4라운드 16번홀 플레이가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맨발 투혼’을 떠올리게 했다고 보도했다. 박세리처럼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샷을 하진 않았어도 박성현 역시 물가에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해 최상의 결과를 엮어냈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박세리 프로님과의 비교 자체가 내겐 큰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박세리는 “경기를 보면서 20년 전 생각이 났다. 박성현 프로가 포기하지 않고 98년 내가 선택했듯이 공격적으로 도전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며 덕담을 전했다.

신인이던 지난해 LPGA투어에서 39년 만에 신인상,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유소연과 공동 수상) 등 3관왕에 오른 박성현은 이번 시즌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린다는 우려를 낳았다. 목표를 상실한 채 골프 열정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5월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3개 대회 연속 컷 탈락하기도 했다. 퍼팅 난조로 애를 먹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평소 쓰던 34인치가 아닌 33인치짜리 퍼터를 사용했다. 이번 시즌 평균 퍼팅 수가 30.1개(97위)나 됐던 박성현은 이번 대회 짧은 퍼터로 정확도를 높이며 퍼팅 수를 28.5개로 줄였다.

우승상금 54만7500달러(약 6억1000만 원)를 받아 상금 랭킹 35위에서 5위로 점프한 박성현은 “우승 트로피가 내 옆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굉장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데 뭔가 보상을 받은 것 같다. 마지막 퍼팅 끝나고 운 건 처음 같은데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