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교육부 제공
한국 대학들은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교육부는 2023년 30여 개 대학이 학령인구 급감의 직격탄을 맞아 폐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을 닫는 상당수 대학은 지방 사립대여서 이 대학들의 존폐에 따라 지역발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이 더 이상 대학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인 이유다. 생존할 대학과 사라질 대학을 구분 짓는 잣대인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1단계 가(假)결과가 지난달 발표됐다. 생존과 발전을 동시에 이뤄야 하는 한국 대학들의 활로는 무엇인가? 대학이 지역성장을 견인하는 ‘대학 주도 성장론’은 유력한 생존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 정책관(국장)을 만나 ‘대학위기시대’를 헤쳐 나갈 이야기들을 들은 배경이다. 그를 만난 또 다른 이유는 ‘대학이 지역발전에 기여하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김 국장의 소신이 ‘대학 주도 성장론’과 맥이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자치는 고유권한으로 보장한다’.
김 국장은 반성문을 쓰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국 대학의 위상과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반성’이다.” “대학정책을 펼쳤던 관료들이 ‘대학관리에 프라이드’를 가진 것”이 첫 번째 잘못이고, 두 번째 잘못은 “정부가 대학을 말단 기관의 하나로 여겨 국립대 교수를 ‘공무원’으로 봤던 것”이며, 세 번째는 “효율성의 잣대로 대학을 재단한 것”이라는 얘기다. 대학을 바라보는 토대인 관점이 바뀐 후에야 ‘대학 위상’이란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취지다. ‘대학 자치’ 존중은 반성의 결과인 셈이다.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2021년 있을 대학평가에 대학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정책의지에도 담겨 있다. 대학혁신과 관련해서도 “대학이 타율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며 대학을 두둔해 문재인 정부가 대학을 보는 시각이 상당히 우호적이라는 느낌을 들게 했다.
국립대, 지역균형개발 핵심
김 국장은 “2008년 상주대, 밀양대, 여수대가 각각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로 통합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국립대가 부실한 것은 국가 책임이고 국립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든 노력하겠다”고 했다. 국립대의 위상을 높이는 정책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김 국장은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를 의무제로 전환해 지역정주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의견이 결집되면 논의하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사립대 육성, 퇴출 동시진행
대학 공공성을 강화하고 우수 사학도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육성하는 공영형 사립대 정책도 정부 주요 대학 정책이다. 관건은 ‘국민세금으로 사립대를 지원한다’는 세간의 인식을 딛고 지원대상과 지원규모 등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지 여부다. 오히려 부실사학 퇴출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실사학을 방치했다가는 교육 질이 저하되고 공공성 또한 훼손될 뿐 아니라 많은 사회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부실사학 정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대학평가 결과를 공개해 부실대학으로 학생들이 진학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한계상황에 몰린 대학이 폐교를 원할 경우 신속히 퇴출될 수 있도록 청산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
김 국장은 대학이 생존하기에도 힘들지만 곧 다가올 통일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비의 핵심은 대학 역량 강화. 한국의 대학교육이 국제적으로 통하고 더 발전하려면 대학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국제적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는 의미다. 대학이 원했던 대학자치가 서서히 실현되고 있다. 대학의 몫은 통일시대를 맞아 대학 역량 강화라는 결실을 맺어 한국 발전의 핵심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