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첫 재판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와 그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수행비서 김지은 씨(33)가 2일 처음으로 같은 법정에 앉았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첫 공판에서 양측은 ‘위력의 행사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수행비서 신분이었던 김 씨를 자신의 숙소로 불러들인 행위가 “사실상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에 대한 증거로 안 전 지사가 고소인 김 씨에게 보낸 메시지, 김 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진료받으려 한 사실, 김 씨가 매우 성실했다는 참고인들의 진술, 김 씨의 폭로 후 안 전 지사 가족들이 김 씨 사생활을 파악하려 한 정황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수행비서가 도지사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했던 업무 환경을 뒷받침하는 제반 상황, 김 씨가 안 전 지사와 성관계 후 비정상적 출혈이 있어 올해 2월 26일자 산부인과 진료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에 의한 것’이라는 진단서를 받은 사실 등도 증거로 나왔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 씨가 충남도청 운전비서 정모 씨에게서 성추행당한 것을 주변에 호소했으나 몇 달간 고쳐지지 않았던 정황을 제시하면서 도청 조직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극히 낮았고 이에 따라 수행비서가 도지사의 성범죄를 밝힐 환경이 아니었으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씨는 운전비서의 성추행을 두고 가장 힘든 일이라며 주변에 적극적으로 호소했다”며 “반면 피고인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한 피해를 호소한 내용은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 씨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위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외국 판례 등을 검토하고 전문가를 외부 위원으로 지정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에 대한 2차 공판은 6일 오전 열린다. 이날은 김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며, 김 씨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