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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1년 내 비핵화’ 시간표 들고 또 방북…김정은, 9월 뉴욕 올까?

입력 | 2018-07-03 15:20:00


사진 동아DB

1일 판문점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회담한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별다른 소득 없이 빈손으로 필리핀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로드맵에 대해 논의하길 원하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북한이 아직은 화답하지 않고 있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후속 조치를 위한 담판을 지을 예정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3일(현지 시간) “성김, 최선희 두 사람은 판문점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각자의 입장만 확인한 것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전에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의제 조율을 원했지만 비핵화 자체가 김 위원장의 결단 사안인 만큼 재량권이 약해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만 논의하고 1시간 만에 판문점 회담이 종료됐다는 것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제 (판문점에서) 좋은 대화를 나눴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는 이번 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탑다운 방식으로 시작된 데 따른 후유증에 대해서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과거 북-미 협상과 달리 모든 사안이 최고 권력층의 결단을 거쳐야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이런 사정 탓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거듭 방북 의사를 밝혔고, 국무부가 방북 가능성을 언론에 흘려 북한을 압박하는 전술을 썼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비핵화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한 뒤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공식화 했다. 국무부는 이날 헤더 노워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사항들을 이행하고 협의를 이어가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5~7일 평양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3번째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23일 만에 협상이 재개되는 셈이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중요한 북한 비핵화 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5일 북한으로 떠나 북한 지도자(김정은)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전 두 차례 방북 때에도 모두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뒤 7~8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비핵화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 ‘1년 내 비핵화’라는 시간표를 제시한 것에 대해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1년 안에 해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현재로선 긍정적인 변화를 향한 큰 모멘텀이 있고 우리는 추가 협상들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샌더스 대변인이 볼턴의 발언을 지지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백악관이 비핵화 협상에 미온적인 북한에 대해 점점 강경해 지고 있는 기류를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여전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곤혹스러운 새로운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정보라인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이 여러 시설에서 핵연료를 증산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북한이 최대한 협상을 질질 끌면서 단계마다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양보를 끌어내는 전통적인 패턴을 따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내부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2라운드가 9월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뉴욕에서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정상이 몰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의지를 세계에 알리고 정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지만, 김 위워원장이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게 변수라는 분석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유엔총회 참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 공개할만한 어떤 발표나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