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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다윗과 골리앗

입력 | 2018-07-04 03:00:00


겉으로 보기에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맞설 때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합니다. 약자가 강자를 꺾을 때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고 말합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양치기 소년이었습니다. 어느 날 블레셋 군대가 쳐들어왔는데 그곳에는 골리앗이라는 거인이 있었습니다. 골리앗은 일대일로 싸워 이긴 상대가 진 쪽을 종으로 삼자고 제안합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장대한 키에 청동 투구와 비늘 갑옷으로 무장하고 무거운 창을 들고 있는 골리앗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다윗은 사울 왕에게 “제가 나가 싸우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합니다. 왕은 다윗이 너무 어리다는 사실에 망설이다 결국 허락합니다.

다윗은 앳되고 왜소한 데 비해 골리앗은 기골이 장대하고 무장한 장수입니다. 하지만 골리앗을 마주한 다윗은 당황하지 않고 차돌을 무릿매(끈에 돌을 넣어 돌림으로써 얻어지는 원심력으로 탄환을 멀리 날려 보내는 무기)에 매달아 골리앗을 향해 쏘았습니다. 이마에 정통으로 돌을 맞은 골리앗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고 다윗은 곧장 골리앗의 칼집에서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었습니다. 훗날 다윗(기원전 1000∼기원전 962)은 이스라엘의 제2대 왕이 되어 예루살렘을 도읍으로 정하고 전성기를 이룹니다.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 사이에 회자되는 구약 성서 속 이야기입니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게임은 붙어봐야 안다’ ‘작다고 약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를 함축합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전차군단으로 불리는 세계 최강 독일을 꺾었습니다. 한국이 독일을 이길 확률은 1%도 안 되었습니다. 축구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도박사들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변입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독일의 낙승을 예상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과 같은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겁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역대 월드컵 중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이 브라질을 7―1로 이긴 경기 다음으로 이번 한국과 독일전을 충격적인 경기로 꼽았습니다.

인구 34만 명에 불과한 소국 아이슬란드가 리오넬 메시를 보유한 아르헨티나와 맞붙어 무승부를 얻어내고 크로아티아와 접전을 벌인 것도 다윗의 아름다운 도전이라 할 만합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에 불과한 러시아가 10위의 강호 스페인을 꺾고 8강에 합류한 것 역시 다윗의 기적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많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동네 구멍가게와 대형마트의 경쟁도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만큼이나 힘겨워 보입니다. 지난달 29일은 6월 민주항쟁을 통해 국민들이 요구한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였던 ‘6·29 선언’ 31주년이었습니다. 6·29는 작은 다윗들이 힘을 합쳐 거대한 골리앗을 넘어뜨린 날입니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윗은 애초에 약한 자가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다윗의 진짜 무기는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도전정신이 아닐까요. 접근전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돌과 무릿매를 준비한 것은 다윗의 지혜이자 전략입니다. 지레 겁먹고 유효 슈팅 하나 못 날린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 박수를 보내기는 어렵겠지요. 우리 사회의 수많은 다윗들이여, 움츠리지 말고 용기 내어 도전하기를 응원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