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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남성이지만 마음이 여성이라면… 日 143년 명문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허용

입력 | 2018-07-04 03:00:00

오차노미즈大 2020년부터




1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일본의 명문여대 오차노미즈대가 2020년도부터 호적상 남성이어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여성이라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학생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마음이 여성’이고 여대에서 공부하는 것을 희망하는 학생이 그 대상이다. 한국으로 치면 이화여대나 숙명여대가 트랜스젠더 학생을 받아들인다는 방침을 정한 셈이다.

대학 측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와 입시 기준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오차노미즈대는 1875년 여성을 위한 일본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설립된 ‘도쿄여자사범학교’를 전신으로 하며 2004년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됐다. 일본에선 오차노미즈대 외에도 가쿠슈인(學習院)여대, 니혼(日本)여대, 도쿄(東京)여대, 쓰다주쿠(津田塾)대 등 유명 여대들이 트랜스젠더 입학 허용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은 최근 미국 여대들에서 트랜스젠더 학생 입학을 허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일본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성적소수자(LGBT) 커플을 인정하는 등 다양성 존중의 흐름이 강화되면서 일본 여대의 입학 자격도 바뀌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차노미즈대의 한 학생(20)은 “당사자가 여대에서 공부하고 싶다면 거부할 이유는 없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여성으로 태어나 현재는 남성으로 사는 트랜스젠더 활동가 스기야마 후미노(杉山文野) 씨는 “이번 일을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문제로 다룰 게 아니라 ‘남성다움’이나 ‘여성다움’의 강요가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는 점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3년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국 초중고교에서 성동일성 장애를 가진 학생은 적어도 60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부과학성은 2015년 이들에 대한 배려를 요청하는 통지문을 각 교육위원회에 보낸 바 있다. ‘마음의 성(性)’과 일치하는 제복을 입도록 배려하거나 직원 화장실 사용을 허락하는 것 등이 예로 제시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