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사파 예측 힘 얻고 있는 지금 文 대통령, ‘남로당 금기’ 부수고 통진당 옹호한 김선수 등용 시도 북핵 게임 아직 안 끝났는데… 한국은 어디로 끌려가고 있는가
송평인 논설위원
그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실험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비로소 한반도에 평화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봤다. 민노당 내에서조차 그의 발표를 둘러싸고 격렬한 종북 논란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그의 견해는 놀랍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았다면, 트럼프가 북핵에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면 북-미 관계 개선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문재인 정부에 속속 수용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사고는 실은 이용대의 인식 속에 대부분 들어 있던 것이다. 북핵을 자위(自衛)를 위한 무기로 보기 시작하면 그것으로부터 일련의 연쇄적 결론이 자동적으로 펼쳐진다. 남다른 학식이나 예지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간단한 발상 전환이 필요할 뿐이다.
정부는 올해 제주4·3사건 기념행사를 통해 남조선노동당 빨치산의 봉기보다는 군경의 민간인 학살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남로당이 주도한 대구폭동을 대구인민항쟁으로 평가하는 책을 낸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에게 국가정보원 개조 작업과 개헌 작업을 맡겼다. 그는 해방전후사의 마지막 남은 금기인 남로당과 관련한 금기를 별 설명도 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내년 10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꼬박꼬박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다음 달 15일로 7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남북에서 각각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수립되기 이전의 역사로 돌아가 남북 공존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탓할 생각은 없다. 역사는 결국 각자가 미래의 전망을 갖고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의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70주년에 무시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이용대는 경기동부연합의 우두머리였으나 건강이 악화돼 물러나는 바람에 그 자리가 이석기에게 갔다. 문 대통령은 이석기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에서 유일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소장으로 앉히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의 김명수 대법원장이 통진당 측 변호인단 단장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 김선수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대통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과 민변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 형성돼 있는 통진당 해산 반대 커넥션은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보다는 반대한다는 주장만 커 공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일본처럼 공산당도 허용돼야 한다고 여긴다면 헌법의 위헌 정당 해산 조항 자체를 없애자고 해야 한다. 그러면서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판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논리적이다. 문 대통령은 6·13지방선거 전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에서 수많은 조항을 고치면서도 그 조항은 없애지 않았다.
이 정부는 남북관계가 완전히 돌이킬 수 없이 새 시대로 들어선 것처럼 말하지만 북핵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대부분의 사람이 기대하는 대로 평화를 얻는 대가로 핵을 포기할 것인가. 주사파라면 아니라고 할 것 같다. 문재인 정부도 트럼프 정부도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 것 같은 눈치다. 그렇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 핵을 가진 김정은과 평화는 가능한가. 정부는 이 질문에 먼저 답하고 국민을 끌고 가더라도 끌고 가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