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비용은 현재 30만∼50만 원에 이른다. 정부는 건강보험을 통해 환자의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문제는 MRI 검사 비용이 싸지면 그만큼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서울에서 과거 치매지원센터들을 구축하는 데 4년이 걸렸다. 그런데 올해 안으로 전국 218곳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료 인력이 안 따라준다. 예산도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부담해야 한다. 급하게 서두르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다.”(치매안심센터 운영 관계자)
현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뇌 MRI 급여화 및 치매안심센터 설치 등이 무리한 일정으로 현장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매안심센터의 경우 인력과 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현재 완전 개소한 곳은 총 218곳 중 69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더구나 농어촌 등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대부분의 치매안심센터는 의사 등 필수 인력이 부족해 올해 말까지도 완전 개소가 힘들어 보인다. 이 때문에 일률적으로 한꺼번에 센터를 개소하는 것보단 시범사업 시행 등을 통해 지역 규모에 맞는 치매안심센터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국적으로 치매 관련 전문의사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보건당국은 현재 치매 전문의사가 아닌 일반 의사를 대상으로 단기간 교육을 해 치매 진단 및 예방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급하게 서두르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외국의 경우 국내 시설 서비스와는 달리 치매 환자들을 위한 재가(在家) 서비스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치매 환자들을 되도록 가정에서 돌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령 프랑스는 치매 환자가 집에서 간병인의 도움으로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한다.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재가 케어 활성화 차원에서 재가 이용자에게는 현금 급여를 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시설 케어 입소에 제한을 두고, 배회하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 아파트 문을 색깔별로 구분하거나 도로표지판을 개선하는 등 도시환경을 바꾸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치매 친화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는 치매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로 밀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30만∼50만 원 하는 뇌 MRI의 경우 급여를 통해 환자의 부담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뇌 MRI를 전면 급여화할 경우 일부 의료진이나 환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도덕적인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가벼운 두통 환자가 와서 MRI 검사를 요구한다면 이런 환자에게까지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의료정책의 경우 잘못 추진하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사실상의 국민 세금인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특히 뇌 MRI 검사의 경우 졸속 추진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기보다 처음에 그 틀을 잘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2019년 복부, 흉부 MRI △2020년 척추 MRI △2021년 근골격계 MRI 등 앞으로 예정된 부위별 MRI 보험 급여 기준을 만들 때 잡음이 없다. 이는 치매 정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