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소속 변호사 정관계 진출 잇따라
1980년 이후 판사와 검사를 거치지 않은 재야 변호사 출신으로 처음 대법관에 제청된 김선수 변호사(57)였다. 김 대법관 후보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이자 회장을 지냈다. 김 후보자의 발탁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요직 진출이 정관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이미 청와대와 감사원, 법무부 등에 민변 출신 변호사가 차지하는 자리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에 민변이 현 정부의 ‘인력풀’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 청와대, 감사원 요직에 이어 대법관까지
민변 출신 인사들은 ‘위원회 공화국’으로 불리는 문 정부 각 부처의 위원회 위원 자리에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민변에서 활동했었다. 또 지난해 9월 출범한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을 민변 회장을 지낸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이 맡았다. 새 정부 들어 경찰청에 설치된 경찰개혁위원회에는 민변 소속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와 김희수 변호사, 최강욱 변호사가 위원으로 들어갔다.
○ 문 대통령, 민변 창립 초기부터 회원 활동
1988년 창립한 민변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권인숙 성고문 사건 등 각종 시국사건 변론을 맡았으며, 사법개혁을 주장해온 법조계의 대표적인 진보 단체다.
민변이 정부의 ‘인력뱅크’ 역할을 한 건 창립 멤버였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부터다. 문 대통령은 민변 창립 초기 부산 지역에서 지부장을 지냈고 10여 년간 민변 회원으로 활동했다. 2002년 청와대에 참모로 들어가면서 민변을 떠났지만, 청와대에서 나온 뒤 다시 민변에 가입할 정도로 소속감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명권자 입장에서 국정 철학과 핵심 정책을 잘 이해하는 인물을 기용하려 하는 건 인지상정”이라며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그동안 개혁적인 의견을 많이 냈기 때문에 진보적인 현 정부에 등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에 따라 특정 변호사단체가 권력 주변에서 득세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변 소속이 아닌 한 변호사는 “집권 1, 2년 차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정권 내내 그렇게 되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도예 yea@donga.com·김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