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전 훈육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세 돌 전 아이의 훈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는 언제나 아이에게 옳지 않은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하지만 돌 전 아이의 행동에는 생존과 관련된 것이 많다. 대체로 들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옳고 그른 것을 말로 가르치지 말고, 아이의 발달을 잘 이해하고 세심하게 관찰하여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솔직히 이 나이는 말을 해도 잘 못 알아듣는다. 때문에 훈육하기보다 부모가 보호하고 부모가 챙겨야 한다. 돌까지는 확실히 그렇고, 두 돌까지는 기본적으로 그렇다.
아이가 자꾸 물건을 던진다고 치자.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그 행동을 한다. 그럴 때는 어떤 상황에서 그 행동을 하는지 관찰부터 해야 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환경과 상호작용을 한다. 주변을 탐색하면서 무언가를 던져보는 행동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던지면서 재미있어 하고 어디로 날아가는지를 보려고 한다면, 던져도 되는 물건으로 바꿔줘야 한다. 아이는 던져도 되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모른다. 설명을 해줘도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위험한 것은 치우고 안전한 것을 주어야 한다. 가만히 관찰해 보니, 아이가 화가 나서 물건을 던지는 것이라면 “싫어”라는 부정어를 반복해서 가르친다. 말을 못할 때는 화가 나는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자꾸 할아버지 얼굴을 때린다고 치자. 약간 무서워서 그럴 수 있다. 매일 보는 할아버지지만 얼굴을 가까이 대면 눈이나 눈동자가 무서워서 자기 방어적으로 ‘탁!’ 때릴 수 있다. 가족 중에 안경 쓴 사람이 없는 아이는 안경 쓴 사람을 보면 무서워서 안경을 탁 치거나 얼굴을 때리기도 한다. 안경을 낚아채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발달상 그럴 수 있는 행동이다. 훈육을 할 만한 행동이 아니다.
가끔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할 때,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이놈∼” 하는 어른들을 본다. 어릴수록 아이는 상황에 따른 전후맥락을 잘 모른다. 돌 전 아이는 더욱 그렇다. 어른들의 무서운 목소리와 표정을 아이는 그저 감각적으로 본능적으로 해석한다. 마치 큰 동물이 아기 동물에게 힘을 과시하며 포효하는 것처럼 느낀다. 생명을 위협받는 엄청난 공포감을 느낀다. 이때 ‘아, 무섭게 하는 것을 보니 이 행동은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은 못 한다. 아이에게 공포감을 줄 목적이라면 그렇게 해도 된다. 안 되는 행동을 가르칠 목적이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하지 마라”를 아주 예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럴 때는 아이의 행동에 과잉반응하지 말고 약간 사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두 돌 전 아이의 행동 중 부모가 문제라고 느끼는 대부분은, 말을 안 듣는 행동이 아니다. 모르든 무섭든 재미있든 시끄럽든 불편하든 힘들든…. 다 이유가 있는 행동이다. 부모는 훈육을 걱정하기보다 그 이유가 뭔지를 찾으려고 해야 한다.
훈육에서 가장 어려운 나이는 사실 두 돌에서 세 돌 사이이다. 훈육에서는 언어의 발달과 상황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 시기는 아이가 말귀도 조금 알아듣고 말도 좀 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훈육이 너무 강해질 위험이 있다. 아이가 안 되는 행동을 할 때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해줘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 발달상 붙잡고 앉혀서 하는 적극적인 훈육을 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문제행동이 계속 되더라도 “그만” “안 되는 거야”라고 짧게 반복적으로 말해주는 정도로 끝내야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