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
그렇다면 뒤늦게라도 공적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필자는 국가보훈처에 헐버트 박사의 공적을 다시 심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한번 결정한 서훈은 다시 심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답변했다. 재심을 통해 등급을 조정하면 다른 애국지사에 대해서도 재심 요청이 밀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역사자료 발굴 과정에서 정부가 1950년 3월 헐버트 박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훈장을 수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욕타임스 1950년 2월 28일자에는 서훈을 받는 사람이 헐버트 박사 이외에 전 주한 미국공사 호러스 알렌,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 등 10명이 더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헐버트 박사를 포함한 11명 모두에게 똑같이 독립장이 일괄적으로 수훈됐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 기록을 살펴보니 영국인 베델은 1968년 대통령장에 추서됐다. 만약 뉴욕타임스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면 베델의 서훈 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이다. 서훈 등급의 조정이 있었다면 이는 재심의 전례로 간주될 수 있다. 국가보훈처는 1950년 베델에 대한 서훈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국가보훈처는 이제 해명해야 한다.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 상향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유관순 열사의 공적조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국가보훈처가 ‘일사부재리’라는 일반원칙을 고수하는 데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다만 당시 공적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라도 다시 해달라는 것이다. 공적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일사부재리 원칙의 범주에 속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