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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월드컵 伊 그로소 엄살 부려 PK 골… 히딩크 울려

입력 | 2018-07-04 03:00:00

월드컵 시뮬레이션의 역사
수아레스-호날두 정상급 연기력… 비디오 판독 적용해도 계속 말썽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네이마르는 후반 32분 상대 수비수와 경합하던 중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비디오판독(VAR)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영상을 확인한 주심은 네이마르가 상대 선수 때문에 넘어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국의 손흥민도 지난달 27일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시뮬레이션이 선언돼 옐로카드를 받았다. 후반 20분 손흥민은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수비수 마르코 로이스와 부딪쳐 넘어졌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밀려 넘어져 페널티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마크 가이거 주심은 이를 시뮬레이션으로 판단해 오히려 손흥민에게 옐로카드를 선언했다.

시뮬레이션을 지능적으로 이용하는 선수도 많다. 가벼운 충돌에도 큰 몸짓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 수비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는 이 방면의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 수아레스는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그라운드에 누워 ‘엄살’을 피운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수아레스는 상대 수비수와 공중 볼을 경합하던 중 머리 뒷부분을 잡고 쓰러졌으나 사실 등 부위에 부딪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됐다. BBC는 이날 경기를 보도하면서 “논란의 여지는 없다. 리플레이를 통해 머리가 아닌 등에 충돌한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매 경기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이 방면의 대가(?)로 꼽힌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는 히딩크 감독이 이끈 호주와의 16강전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으로 승리했다. 이탈리아의 파비오 그로소는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호주 수비수 루커스 닐과 부딪치기 직전 큰 동작으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닐은 그로소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린 상태라 신체 접촉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심판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이를 프란체스코 토티가 마무리해 이탈리아는 1-0으로 8강행 티켓을 따냈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제프 블라터는 월드컵 이후 페널티킥 판정이 오심이었음을 인정하고 호주 축구팬들에게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FIFA는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부상을 가장하거나 반칙을 당한 척하며 주심을 속이기 위한 시도를 할 경우’를 반스포츠적 행위로 규정하고 반드시 경고를 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적발하기가 쉽지 않아 늘 오심 논란에 시달리는 조항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부터 적용된 VAR는 숱한 말썽을 일으키고 있지만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는 좀 더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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