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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후 100년 만에…부여 능산리 고분군 재조사 완료

입력 | 2018-07-04 16:32:00


능산리 고분군 전경

일제강점기였던 1917년 조사된 뒤 100여년 만에 다시 발굴조사를 진행한 충남 부여군 능산리 고분군(사적 제14호) 내 서쪽 고분군에서 용 문양의 작은 금제 장식이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한국전통문화대 고고학연구소와 부여군이 2016년 6월부터 2년 동안 능산리 서고분군 4기를 발굴 조사한 결과 금제 장식과 금송(金松) 목관 조각, 금동제 관 고리와 관 못 등을 찾아냈다”고 4일 밝혔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된 능산리 고분군은 백제시대 왕릉 급 무덤 17기가 한데 모여 있다. 위치에 따라 중앙고분군(왕릉군), 동·서고분군으로 불린다. 이 가운데 중앙고분군과 백제 금동대향로가 나온 서고분군 4기는 일제 때인 1917년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가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능산리 왕릉군 서쪽 작은 계곡 너머에 있는 능선에서 무덤 4기를 확인하고 그중 2기를 발굴했다”는 기록과 간략한 지형도만 남겨 고분 규모와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호분 출토 금제장식 

이번에 새롭게 발굴조사를 진행한 한국전통문화대 고고학연구소는 “능산리 서고분군 전모를 파악하기 위한 발굴조사 결과 일제강점기 조사와 도굴로 유물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며 “2호분 돌방 바깥에서 나온 금제 장식은 길이가 2.3㎝로 작지만 끝이 뾰족한 오각형에 장식이 화려해 부장품 일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금제 장식과 함께 찾은 목관 조각은 일본 특산종으로 무령왕릉 목관 수종과 같은 금송으로 밝혀졌다.

서고분군은 능선을 따라 2·3호분, 1·4호분이 각각 다른 능선에 놓여 있다. 고분 양식은 모두 사비도읍기(538~660) 전형적 백제 무덤 형태인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이다. 시신을 안치한 방인 현실(玄室)에는 무덤길이 존재하고, 잘 다듬은 판석으로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2·3호분의 고분 지름은 20m 내외였고, 1·4호분은 15m 내외였다. 연구소 관계자는 “2·3호분과 1·4호분은 석실 규모, 석재 가공 정도, 입지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무덤 주인공의 위계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호분 출토 관고리

한편 이번 조사에서 고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터 유적도 확인했다. 서고분군을 중심으로 무덤을 만들지 않은 서쪽 능선에서 가로 4칸, 세로 2칸으로 추정되는 초석 건물터가 나왔고, 1호분과 4호분 사이에서는 구덩이(수혈·竪穴) 주거지 2기가 조사됐다. 연구소 측은 “건물터 위치와 구조를 고려할 때 무덤을 조성하면서 만든 임시 거처나 제사를 올린 시설로 판단된다”며 “삼국시대 고분군 중 고분 구역에서 건물 유적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백제시대 상장례(喪葬禮)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