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캡틴 오재원(왼쪽)이 4일 사직구장에서 롯데 주장 이대호에게 최근 뇌종양 수술을 받은 롯데 내야수 김상호를 위한 지원금을 준 모습.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No.66’ 김상호(29)의 쾌유는 비단 팀 동료 롯데 선수들만의 바람은 아니다. 두산 선수단도 상조회비 일부를 롯데에 전달하며 뜻 깊은 의미에 동참했다.
한때 롯데의 주전 1루수로 활약했던 김상호는 지난 5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롯데 선수단은 김상호의 투병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모자에 그의 등번호인 66번을 다함께 새겼다. 사령탑 조원우 감독부터 신인선수들까지 모두 함께였다. 김상호는 수술을 앞두고 “진단을 받고 당황스러웠다. 야구를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운동신경과 큰 관련 없는 부위라 다행이다. 수술 후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걱정 마시라’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을 남겼다.
김상호는 2일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롯데 측에 따르면 수술은 이 부문 최고 권위자인 장종희 교수가 집도했다. 상태가 좋아 중환자실을 거치지 않고 집중치료실에서 회복 중이며, 움직임에 큰 이상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 내에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결과에 따라 관련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다. 퇴원 예정일은 7월 10~11일 경이다.
롯데는 구단 차원에서 김상호의 수술비 전액을 지원했다. 롯데뿐만이 아니었다. 두산도 선수단 상조회비에서 200만원을 롯데 측에 전달했다. 두산 주장 겸 상조회장 오재원이 선수단 전원이 있는 단체 SNS 채팅방에 의사를 타진했다. 선수단의 전원 찬성으로 금액 전달이 성사됐다. 오재원은 4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롯데 주장 이대호에게 지원금을 건넸다. 조원우 감독은 “어려울 때 선수들끼리 돕는 것 같다. 같은 팀은 아니어도 함께 야구를 했던 동료애 아닌가. 말 그대로 ‘동업자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정말 훈훈하고 좋은 일”이라고 칭찬했다.
오재원은 “우리 팀은 아니지만 같은 프로야구 선수다. 관심 갖는 게 당연하다”며 “(김)상호가 너무 고마워 할 필요 없다. 장래가 유망했던 선수인 만큼 회복에 집중해서 다시 유니폼 입고 멋지게 돌아왔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상호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라운드에서는 혈투를 펼치지만 경기가 끝나면 모두가 동료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