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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하루 만에 기재부가 거부한 부자증세 특위안

입력 | 2018-07-05 00:00:00


3일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주택임대소득세 등 부자증세 3종 세트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권고안을 확정해 정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그 권고안을 받아 실제로 세제개편안 작업을 벌여야 하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하루 만에 3가지 권고안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사실상 거부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기재부 측은 어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이 파악되지 않아 내년 세제 개편에 반영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대소득세 기준 강화 역시 월세나 전세소득으로 살아가는 은퇴자와 생계형 임대사업자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 때문에 내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종부세에 대해서도 김동연 부총리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나 충격을 보면서 점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또 “거래세 쪽은 조금 경감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해 특위의 권고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특위가 정부 부처가 아닌 자문기구라고 하지만 기재부 세제실장까지 포함된 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발표된 권고안이어서 발표 즉시 국민들과 관련 시장에 던지는 충격과 혼란은 엄청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기재부는 물론이고 소속기관인 청와대와도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특위가 주장하는 대로 권고안이 졸속 발표됐다. 물론 권고안이니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공개적으로 발표해서 국민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할 사안이다.

권고안 내용 자체도 문제투성이다. 서울 강남지역 등 특정지역의 집값을 잡으려면 보유세를 높여 매물로 나오게 해야 하는데 팔아서 예금이나 주식으로 갖자 하니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동시에 올려 팔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전형적인 정책 간 충돌을 빚은 것으로 어떻게 이런 개편안이 걸러지지 않고 발표까지 될 수 있는지 어처구니없다.

앞으로 세제개편안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이달 25일 세금발전심의위원회가 남아 있고, 국회 입법 절차도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 충분한 내용 협의나 발표 절차를 조정해 국민들이 두 번 다시 불필요한 혼란을 겪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