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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CEO]암세포 죽이는 NK세포… 피 1mL만으로 활성도 측정

입력 | 2018-07-05 03:00:00

바이오기업 에이티젠 박상우 대표




에이티젠 박상우 대표는 NK세포를 배양해 주사하는 방식의 면역항암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박 대표가 해외법인 설립과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티젠 제공

NK세포(Natural Killer Cell·자연살해세포)는 의학계의 ‘핫’한 아이템 중 하나다. 암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직접 죽이거나 자멸을 유도한다. NK세포의 활동이 활발하면 면역력이 좋아진다.

바이오기업 에이티젠은 NK세포를 질병 진단과 암 치료에 활용한다. 개그맨 신동엽과 배우 라미란이 “NK세포 활성도를 직접 확인하세요”라며 홍보하는 ‘NK뷰키트’가 에이티젠의 대표 상품이다. 박상우 에이티젠 대표(49)는 “이 진단 키트를 사용하면 1mL의 혈액만으로 24시간 안에 NK세포 활성도를 측정해 면역력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진단 키트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지정되기도 했다.

개그맨 신동엽이 출연한 NK뷰키트 TV 광고. 에이티젠 제공 


에이티젠에 올해는 도약의 해다. 녹십자랩셀, KMI 등 대형 건강검진센터에 NK뷰키트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생산량도 지난해 15만 개에서 올해 40만 개로 늘린다. 매달 매출액이 2배씩 늘어나면서 지난해까지 적자였던 손익계산서가 올해 흑자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집의 뼈대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이제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할 단계입니다.”

박 대표의 최대 목표는 NK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해 다시 주입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면역력을 높여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를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달아 내놓는 최근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2016년 엔케이맥스를 따로 설립했다. 엔케이맥스는 NK세포를 활용한 면역항암제 ‘슈퍼NK’를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첫 타깃은 일본. 일본 법인을 세우고 직원을 파견했다. 현지인을 채용해 유능한 세포치료 클리닉을 물색했다. 현지 의사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박 대표가 직접 피를 뽑으라며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암 치료에 활용하려면 세포배양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20일 이내에 1000∼1만 배 배양이 가능합니다. NK세포의 순도도 99%입니다. 그래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던 겁니다.”

테스트 결과를 보고 일본 의사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두 곳과 곧바로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이 일본 클리닉에서 한국인 환자 1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를 받고 싶다며 문의해 오는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른다.

미국에도 법인을 세웠다. 이달 중으로 미국과 멕시코에서도 세포치료를 시작한다. 미국에서 환자를 모집해 NK세포를 배양한 뒤 멕시코로 넘어가 현지 클리닉에서 주사하는 방식이다. 현재 4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마쳤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이 치료가 암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을까. 박 대표는 일본에서 치료받는 한국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51세로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은 환자인데, 나중에 간과 위로 전이돼 장기 일부를 절제했습니다. 지금까지 4회 주사를 맞았는데 NK세포 활성도가 크게 좋아졌습니다. 주사를 맞기 전에는 구토와 통증이 심했지만 지금은 식사도 잘하고 쇼핑까지 한답니다.”

이쯤 되면 기적의 항암제라 불러야 할까. 아직 결과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박 대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에 협력 의사를 본격 타진하고 있다.

“우선은 글로벌 면역항암제와의 병행 투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항암제 여러 개를 동시에 투여함으로써 생존율을 높이는 치료법을 종종 쓰지요. 이 외에도 공동연구개발, 인수합병(M&A) 등 모든 형태의 협력을 다 열어놓고 있습니다.”

언제쯤 이 치료법을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사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이 치료법을 먼저 쓰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치료법을 ‘약’으로 규정하고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사용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첨단의료에 한해 약사법을 적용하지 않고 곧바로 시술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재생의료법(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및 첨단재생의료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 통과를 간절히 바라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일단 폐암, 위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