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세’ 정책 혼란]하루만에 제동 걸린 소득세제 개편안
특위가 민간 중심의 자문기구이긴 하지만 대통령 직속 기구인 데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있어 상당수 국민은 특위의 권고안을 사실상 정부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런 특위의 권고안에 대해 정부가 하루 만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국민의 혼란이 커졌다. 청와대와 기재부, 특위가 국민 실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민감한 세법 관련 권고안을 발표하기 전에 충분히 의견 조율을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불통 위원회’가 초래한 혼선
하지만 특위가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기 전날인 2일 청와대에 보고한 권고안에는 그동안 논의가 무르익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뿐만 아니라 금융소득과 임대소득 과세안이 포함됐다. 특위는 주무 부처인 기재부의 우려를 고려하지 않은 권고안을 불쑥 발표했고, 청와대와 정부는 특위가 권고안을 발표한 당일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특위 권고안은 청와대, 정부와 의견 조율을 거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정부가 뒤늦게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소통 부족 논란이 벌어지자 특위는 4일 “우리와 정부의 시각은 다를 수 있으며 결정은 정부의 몫”이라고 했다. 반면 기재부는 애초부터 종부세 개편안만 정부안으로 발표하기로 한 만큼 이번 혼란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 “금융자산 옥죄면 집값 오를 것”
기재부가 특위 권고안에 제동을 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종부세 인상과 금융소득 과세를 동시에 강화하면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다. ‘집값 안정’을 주요 경제 정책 목표로 삼는 현 정부로서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최소화하는 게 공평 과세라는 거창한 목표보다 시급한 과제였던 셈이다.
○ 기재부로 넘어간 공
다만 일부 시민단체가 특위 권고안에 대해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기재부가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내건 공약인 만큼 결국에는 관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은 만큼 기재부에 결정권을 넘기고 청와대는 소모적인 정치적 논란에서 발을 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