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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민 “치차리토 하도 얄미워 세게 한번 끌어당겼죠”

입력 | 2018-07-05 03:00:00

‘거친 수비’로 이름 알린 문선민




“(손)흥민이가 저에게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할리우드 액션이 심하다고 얘기해줬는데, 경기장에서 보니 실제로 그런 거예요. 얼마나 얄밉던지…. 경기 도중 한 번 몸싸움이 붙어 팔로 세게 끌어당기긴 했는데 절대 사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하.”

문선민(26·인천)은 빠른 발과 함께 상대 선수를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투지가 일품이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그런 그의 불꽃같은 열정의 타깃(목표)이 된 선수 중 한 명이 멕시코의 에르난데스였다. 에르난데스는 후반 66분 한국의 골망을 가르며 뼈아픈 1패를 안긴 장본인. 경기 도중 과도한 다이빙 액션에 화가 난 한국 축구 팬이 많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문선민은 ‘거친 수비’로 그에게 본때를 보여 국내 축구 팬의 마음을 잠시나마 후련하게 해줬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표팀에서 저와 동갑내기인 흥민이랑 재성이는 아직 젊고 팔팔하니깐 더 많이 뛰고 땀 흘려야 했어요. 저 같은 경우 수비할 때는 상대에게 ‘무조건 안 뚫리겠다’는 각오로 달려들었습니다.”

월드컵 출전을 마친 뒤 소속 팀 인천 훈련을 처음 소화한 4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선민은 예른 아네르센 감독(55·노르웨이)의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 훈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팀 복귀 소감을 전했다. 북한 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지난달 이기형 감독의 뒤를 이어 인천 지휘봉을 잡은 아네르센 감독은 평소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지도자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듣던 문선민은 팀 훈련을 고되게 느낀다고 했다. 그만큼 러시아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듯했다.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은 그에게도 아쉬운 순간으로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스웨덴전 맞춤형 카드란 이유로 월드컵 출전 기회도 잡았지만 막상 스웨덴전 당일 예상치 못한 박주호 부상 등의 여파로 문선민은 벤치에서 대표팀의 첫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스웨덴 3부 리그 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1부 리그 팀 선수로 올라가기까지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이 월드컵 무대에 나설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물론 스웨덴과의 첫 경기를 못 뛰어 아쉽죠.”

문선민이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낸 것은 독일과의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였다. 활발한 돌파와 수비력을 보인 그는 후반 21분 상대 문전에서 ‘접다가 놓친’ 슈팅 기회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그 순간, 오른발로 한 번 접고 왼발로 상대 골망을 갈랐던 온두라스전(5월 28일)에서의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 데뷔전 골을 떠올린 걸까.

“아니에요. 하하. 이젠 하도 물어서 ‘접기’에 한이 맺힐 것 같아요. 상대 수비가 탄력이 붙은 채로 태클을 하길래 슈팅하는 척하면서 방향을 틀었는데…. ‘그때 슈팅할걸’ 하는 아쉬움에 정말 잠도 못 잤습니다. K리그에 돌아가서 이젠 접어야 할 타이밍이 와도 안 접고 그냥 슛을 난사하진 않을까 걱정이네요. 아니면 아예 멋지게 접어서 골을 넣으면 더 나을까요.(웃음)”

뜻하지 않게 ‘접기 실패’로 약간의 개그 캐릭터가 덧붙여지긴 했지만 그는 조현우(대구FC)와 함께 이번 월드컵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K리거 중 한 명이다. 외출하면 개성 있는 이마를 보고 알아보는 팬이 부쩍 늘었다는 문선민은 이번 월드컵이 자신에겐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월드컵 이후 ‘고생했어요’라고 말을 걸어 주시는 분이 많아졌어요.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고 더 재밌는 경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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