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유적 남한지역서 최다 보유… 28, 29일 ‘강화고려문화축전’ 팔만대장경 이운, 팔관회 등 재현… 모든 행사 고려시대 풍으로 진행 삼별초 항쟁 퍼포먼스도 열어
고려팔만대장경이 판각된 인천 강화군 선원사에서는 매년 연꽃이 피는 8월 초 경판 이운 행사를 연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28일 강화도에서 펼쳐질 강화고려문화축전 때 팔만대장경 이운 및 고려 황제 어가 행렬이 강화도성 거리에서 진행된다. 선원사 제공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고려 왕조를 되돌아보는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때 고려 왕궁이었던 만월대를 홀로그램으로 재현해 전시한 데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은 조만간 고려 유물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남한 지역에서 고려 유적을 가장 많이 보유한 강화도에서는 고려 건국일(918년 음력 6월 15일)을 기념한 28, 29일 인천 강화군 강화읍 고려궁지 일대에서 ‘강화고려문화축전’을 연다.
고려 왕조는 39년간 강화도에 머물면서 고려 왕궁과 이를 방어하기 위한 외성, 중성, 내성 등 삼중 성벽을 쌓았다. 현재 궁궐은 사라지고 고려궁지의 흔적과 성벽 일부가 남아 있다. 또 몽골 항전을 이끈 고종 묘인 홍릉(사적 제224호) 등 고려 왕릉 4기와 팔만대장경 판각지인 선원사 터가 강화도에 있다. 남한에 있는 5기의 고려 왕릉 중 4기가 강화도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인천시와 강화군이 주최하는 고려문화축전에서는 강도(江都) 39년 동안 일어난 상징적인 역사를 소재로 문화행사를 선보인다. 먼저 불력(佛力)의 힘을 빌려 외적을 물리치려고 판각했던 팔만대장경의 이운(移運·불화나 불구 등을 다른 장소로 옮길 때 하는 의식), 고려 황제 어가 행렬, 고려 시대 대표적인 국가 행사인 팔관회를 고증을 거쳐 재현한다. 또 몽골에 항복하기로 한 왕실의 결정에 불복해 강화도에서 봉기한 삼별초 항쟁 퍼포먼스도 열린다.
강화군은 역사 드라마 제작을 주도하는 ‘KBS 아트비전’에 행사 기획을 의뢰해 모든 행사를 고려 시대 풍으로 진행한다. 고려 시대에 사용되던 왕실 의복과 신발, 깃발, 소품으로 단장한 배우와 무용수, 승려, 시민 등 400명가량이 거리 행렬과 퍼포먼스, 제례 시연, 공연을 한다.
이날 오후 7시 60명 정도의 전문 배역이 출연하는 팔관회가 고려궁지 입구 용흥궁공원 주차장 특설무대에서 이어진다. 해외 사절단이 고려 황제에게 술잔을 올리고 각국의 전통공연을 하게 된다. 29일 오후 7시부터는 특설무대에서 연극 형식으로 삼별초 역사를 되짚어보는 삼별초 항쟁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다.
인천문화재단이 보유한 고려 유물과 유적 관련 사진 100여 점을 전시하는 ‘강화역사사진전’과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주최하는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학술경연회’가 부대행사로 마련된다. 27∼29일 강화도서관에서 열리는 학술경연회에서는 윤용혁 공주대 교수, 김형우 안양대 교수 등이 ‘고려 도성(都城) 체계와 강도(江都)’, ‘강도 시기의 정치와 생활’, ‘강도의 불교문화와 의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