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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아시아나 기내식 사태

입력 | 2018-07-06 03:00:00


1998년 처음 대한항공 기내에 비빔밥이 제공됐다. 그 전만 해도 기내식은 대개 ‘서양식+밥’이었는데 한식으로 처음 제공된 것이 비빔밥이었다. 비빔밥이 외국에 널리 소개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비빔밥이 불고기나 갈비처럼 한류 음식의 대표가 된 데는 기내식 비빔밥을 맛본 외국인들의 입소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대 항공문화가 낳은 기내식 비빔밥도 전주비빔밥처럼 명물 비빔밥으로 분류하고 싶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노 밀(No meal)’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빚어진 차질이다. 기내식 때문에 싼 외국 항공사를 놔두고 비싼 국내 항공사를 선택하는 승객도 적지 않은데 승객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제부터는 간단하나마 전 항공편에 기내식이 제공됐다고 하지만 비빔밥 등이 제공될 정도로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는 기내식 공급업체 LSG스카이셰프와 계약을 해지하고 한국에서는 처음 기내식을 공급하게 될 게이트고메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 회사가 공장 화재로 공급을 맞추지 못한 게 사태의 원인이었다. 아시아나는 급히 다른 기내식 공급업체 샤프도앤코와 단기 계약을 맺었으나 샤프도앤코의 능력으로는 충분한 양을 공급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때 납품 압박을 견디지 못한 샤프도앤코의 한 협력업체 대표가 자살하는 비극까지 빚어졌다. 30분만 공급이 늦어도 가격의 절반이 깎이는 상식 밖 조건에 따른 부담을 그가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배고프다. 고로 화가 난다(I am hungry, so I am angry)’다. 제대로 식사도 못 하고 장시간 비행기를 탄 승객들이 토해내는 말이다. 기내식 사태는 7월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었음에도 아시아나는 태연히 비행기를 띄웠다. 사태가 불거진 5일 동안 승객을 배려하거나 존중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글로벌 항공사라는 곳의 일처리가 겨우 이 정도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