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새 사령탑 뽑되 신 감독도 경쟁후보”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1차 회의를 통해 신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에 포함시킨 뒤 그동안 추적 관찰해온 10명 이하의 감독 후보와 경쟁을 붙여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신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종료와 함께 계약이 만료된 상태다. 김 위원장은 “16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성공한 월드컵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신 감독이) 독일을 꺾은 공도 있고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준비 과정과 리더십 등을 평가해 다음 월드컵을 이끌 능력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신 감독의 실험과 도전정신이 너무 폄하되는 것 같다. 유망 선수 발굴 등으로 선수 운용의 폭을 넓혔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감독 선정 기준은 월드컵이라는 대회 수준에 맞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의 격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경험이나 세계적 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과거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거론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결과(한국을 맡기 전에 거둔 업적)가 없었다. 결과 없는 감독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력과 함께 중요한 것은 한국의 축구 철학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날 한국 축구가 추구해야 할 철학을 정립했다. 김 위원장은 “월드컵이 끝나고 대표팀 선수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선수들은 ‘감독이 바뀌어도 같은 철학으로 팀이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위원회가 제시한 철학은 △전진 패스 등 능동적 공격 전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전방 압박 △강력한 역습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것 등이다. 협회가 이날 발표한 것은 앞으로 대표팀이 추구하려는 팀 컬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할 때 신 감독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 평소 능동적이고 공격적 축구를 선호해 왔지만 월드컵에서는 수비적 운영을 했고 16강 진출 실패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위원회는 감독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신 감독은 인터뷰 없이 월드컵 경기 내용 등을 통해 평가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계속해서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뜻을 협회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은 위원회가 제시한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에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력은 많이 하셨다. 더 깊은 부분은 아직 평가를 진행하지 않아 답하기 힘들다”고 했다. 위원회는 2차 회의에서 신 감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3차 회의에서 감독 후보군의 인터뷰를 종합해 차기 감독 우선 협상 순위를 정한다.
김 위원장은 “9월 A매치 기간에는 차기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감독의 임기는 4년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 명장의 경우 높은 연봉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들여 (감독을) 영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많이 투자할 생각이라고 보면 된다. 일단은 비용(연봉 등)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후보를 만나 한국 축구가 왜 매력적인지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